또 내려앉았습니다. 대한민국 합계출생률 0.65명. 이게 바닥이 아니라고 합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내년엔 0.5명 수준으로 또 내려갈 전망이라고 하죠.
한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데요. 대국민 시사이슈 출구조사 코너 '어생까'팀, 청년들이 많은 상징적인 곳 강남역 출구를 찾아 젊은 남녀들과 저출생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 왜 아이를 안 낳는다고 생각하세요?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돈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됐습니다. "돈이 제일 문제다"(결혼을 앞둔 20대 커플), "물가랑 집값 때문에 삶이 팍팍하다"(10대 중학생), "돈만 해결되면 얼마든지 사람 사서 아기 키울 수 있을 것"(70대 아주머니)이라고 꼬집었죠.
한 20대 여성은 "육아는 본능"이라면서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본능적으로 아기 낳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돈 문제 다음으로 무엇이 문제일 지도 물어보았는데요. 그러자 한 20대 직장인은 "육아휴직 같은 것도 눈치 보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부분만 해결된다면 아이를 낳을 생각도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 커리어가 중요해진 세상..."아기도 어차피 남이다(?)"
한편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결혼과 출산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커리어 때문에", "내 인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많았죠.
친구들과 강남을 찾은 70대 아주머니는 마흔을 넘긴 자식 둘이 아직도 결혼을 안 하고 있다며 걱정하셨는데요. 이유를 묻자 "비혼주의"라면서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는 안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자식들이 나이가 찬 만큼 자신도 나이가 차서 더 이상 육아할 힘도 없다고 덧붙이셨고요.
그 와중에 들은 아주 충격적인 답변도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강남에 놀러온 한 20대 여성은 "나의 아기이지만 아기도 어차피 남이다"라면서 "남에게 돈을 그렇게 많이 쓰고 싶지가 않다"라는 대답을 내놓았죠.
이어 옆에서 듣고 있던 남자친구도 이렇게 거들었습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 보면 결혼생활에 대해 안 좋은 부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런 방송들이 저줄생 현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 로봇·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저출생이 해결될까
그런가 하면, 이것 하나는 꼭 소개하고 싶은 대답이 있었는데요. 바로 '로봇'입니다. "요즘 사람들 귀찮이즘이 심해졌어요. 아이를 키우는 건 솔직히 귀찮잖아요. 차라리 로봇 같은 게 개발돼서 아이를 대신 키워줄 수 있다면 저출생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대국민 시사이슈 출구조사 코너 '어생까'는 시민들의 정말 솔직한 대답을 듣기 위해 거의 모든 인터뷰를 익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기도 어차피 남이다”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 대답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저희가 만난 모든 젊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커플은 자신들을 '미래 다둥이 아빠, 엄마'로 소개했고 다른 여성은 아이를 너무 갖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아이가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키울 자신이 있는 사람만 낳아야 한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죠.
저출생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많습니다.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이냐는 비판입니다. 몇가지만 꼽아보자면, 지금 대한민국처럼 합계출생률이 세계 최고 속도로 계속 빠르게 감소한다면 우리가 노후에 받을 국민연금은 더 빠르게 고갈될 겁니다. 사회 전체 노동력도 줄어들고 노후해져서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될 수 있습니다. 이때문에 나라에서는 각종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저출생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거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