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타니 보러 왔어요"…야구神 등장에 고척도 '시끌'

MLB 첫 한국 개막전 시범경기 열려
인파 '북적'…안전요원 600여명 배치
인파에 넘어진 관객 찰과상 입기도
표 못 구한 현지 팬들 "아쉬워"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연습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회를 마무리한 뒤 더그아웃에서 공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오직 오타니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왔습니다.”


미국프로야구(MLB) 스타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MLB 공식 개막전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가운데, 오타니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한 한국 팬들의 발걸음으로 고척 스카이돔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17일 정오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MLB 서울 시리즈의 시범경기인 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친선전이 아닌 MLB 정규 시즌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LA 다저스는 이날 시범경기에서 14대 3으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다만 오타니는 두 타석 모두 삼진을 당해 아쉬움을 샀다.


이번 시즌 LA 다저스에 합류한 오타니를 포함해 프레디 프리먼(35), 무키 베츠(32) 등 주전들이 이날 시범경기 출전에 나서면서 국내 야구 팬들은 속속 경기장으로 집결했다.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인 오전 10시 30분께부터 경기에 입장하려는 팬들로 인파가 몰렸을 정도다.


관객들은 연인, 가족, 친구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지역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지만, 가벼운 나들이 차림으로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오타니가 속한 LA다저스의 유니폼이나 모자를 착용한 관객들도 여럿 보였다.


경기를 보러 온 50대 시민 김영호 씨는 “메이저리그 선수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서 경기를 보러 왔다”면서 “이번 경기는 오타니도 나오고 MLB 개막전이라 중요해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인 김종윤 씨는 “혼자 경기를 보러 왔다. 드물게 투수도 타자도 잘하는 만능 육각형 선수이기 때문에 평소 오타니 선수를 좋아해 왔다. 기대된다”고 말했다.


암표·대리 티켓 방지를 위해 관객들은 입장 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 실물 팔찌를 착용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객들은 본인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입장을 제한받았다. 입장 과정이 지연돼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약 30분 간 관객 줄이 길게 늘어선 채 대기하기도 했다.


시범경기 후 서울 시리즈의 정식 경기 개막전은 오는 20~21일 열린다. 1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경기 기간 동안 약 10만 명의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주최 측인 MLB와 구로구청, 경찰, 소방과 협업해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MLB는 400여 명의 안전관리 요원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나섰고, 관련 기간도 인력 150명을 추가 투입했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경기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다. 박민주 기자

실제로 고척 스카이돔 내부 곳곳에서는 안전요원들과 경찰 등 다양한 안전 관리 인력들의 안내가 눈에 띄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안전 사고에 대비해 지하철 역 인파 관리 요원을 투입했다. 코레일 측은 “경기마다 7~80명의 인력이 투입돼 인파 안전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구급차가 함께 배치됐다. 이날 입장 중 일부 관객들이 바닥에 임시로 설치된 잔디보호매트에 걸려 넘어지면서 팔·무릎 등에 찰과상을 입어 구급차를 찾았다.


MLB의 상품권을 침해하는 위조 상품에 대비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특허청은 지하철 역, 경기장을 중심으로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다만 이날 실제 단속된 인원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은 부스를 설치해 ‘지재권 보호 인식제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경기장 앞 모습. 박민주 기자

MLB의 사상 한국 첫 경기인 이날 경기장에서는 경기장을 서성이는 현지 팬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미국 밖에서 MLB 개막전이 열리는 것은 2014년 호주 시드니 이후 10년 만이다. 이 때문에 현지 팬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경기였지만, 쿠팡 와우회원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어 입장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16일 밤 한국에 입국했다는 미국 국적 대니 프라도(45) 씨는 “40년 넘게 LA 다저스의 팬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막전을 보려고 직접 왔지만, 표를 예매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싶어 남아 있었는데 허탕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소 500명의 현지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한국을 찾았지만 모두 표를 구하지 못했다. 프라도 씨는 “현지 LA다저스 팬클럽이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서울 술집 두 곳을 대여해 그곳에 가서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후 7시에는 팀 코리아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범경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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