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가 다음 달 19일부터 차기 국가 지도자를 뽑기 위한 총선을 실시한다. 이번 총선은 10억 명에 육박하는 유권자들이 약 6주에 걸쳐 전국 100만여 개 투표소에서 마라톤 선거에 나서는 대장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워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승리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무난히 3연임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모디 정부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른바 ‘무슬림 차별법’을 다시 꺼내드는 등 재집권 후 종교 탄압을 시사하면서 인도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 시간) 임기 5년의 록사바(연방 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총선을 4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7단계로 나눠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등록된 유권자 수는 9억 6900만 명으로 총선에 처음 참여하는 이들만 1800만 명에 이른다. 주별 투표 일정을 달리해 4월 19일(102개 선거구), 26일(89개), 5월 7일(94개), 13일(96개), 20일(49개), 25일(57개), 6월 1일(57개)에 차례로 선거를 진행한다. 인도 선관위는 약 1500만 명의 투표 직원과 보안 요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개표는 6월 4일 실시된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인 BJP가 이변 없는 승리를 거두며 모디 총리가 집권 3기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중심으로 26개 지역 정당들이 뭉쳐 야당 연합 ‘인디아(INDIA)’를 결성했지만 BJP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NDA)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달 초 인디아TV·CNX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NDA는 전체 의석의 70%에 달하는 37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BJP의 현재 의석수(303석)를 훨씬 웃돈다. 앞서 BJP는 자체 의석수로 370석, NDA의 의석수로 400석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인도는 국민투표를 통해 하원 의원을 뽑은 후 다수당의 총수를 총리로 선출한다. BJP가 승리할 경우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인도 총리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지도자가 된다.
일각에서는 지지 세력 집결을 위해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디 총리가 집권 3기 동안 이 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꺼내든 ‘시민권개정법(CAA)’이 단적인 예다. CAA는 2014년 이전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인근 국가에서 들어온 불법 이민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6개 종교(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조로아스터교·기독교)에 한정해 무슬림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무슬림 차별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14%인 2억 명이 무슬림에 해당한다. 2019년 의회에서 CAA가 통과되자 이에 반발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열리고 진압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모디 정부는 법안 시행을 결국 미뤘다. 야당인 인도공산당 소속 피나라이 비자얀 케랄라주지사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헌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인도 시민을 계층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디 총리는 1월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최악의 종교 분쟁 진원지인 아요디아의 힌두교 사원 개관식을 직접 집전하며 비극적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들이 무슬림에 대한 폭력 사건에도 처벌받지 않은 선례를 남긴 곳에 참석한 것”이라며 “람만디르사원은 모디 총리가 인도에 힌두교 패권을 확립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