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것이 경제 안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항상 공급망 이슈가 걸려 있고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현시점에서 CPTPP 가입이 이를 해결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의 생각도 같다. 그는 “CPTPP가 처음 논의될 때 미국이 빠지는 바람에 우리가 눈치 보면서 참여를 하지 못했다”며 “미국이 없어도 CPTPP 참여 국가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도 “일단 초기 논의에 전부 참여해 (CPTPP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특히 일본·호주·페루·칠레·베트남 등 회원국 12개국이 모두 한국과 밀접히 교역하고 있어 가입 시 공급망 안보를 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CPTPP에 가입하면 다른 회원국에서 조달한 부품과 소재를 한국의 원산지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기업의 생산 활동이 훨씬 유연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신(新)통상 정책’에 CPTPP 가입 관련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농어민들의 반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여론 부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송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CPTPP 가입국 상당수와 이미 FTA를 체결한 만큼 정부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해준다고 약속하면 속전속결로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CPTPP도 미국이 주도하던 네트워크였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이 내세우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경쟁하는 구도”라며 “CPTPP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는 있지만 미 대통령 선거 이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