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클라우드가 초대형 ‘오일머니’ 투자 유치에 실패했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공 성장 중인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가 날로 치솟고 있어 지금 투자를 받지 않아도 오히려 향후 더 나은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클라우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했던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의 3억 달러(약 3935억 원) 규모 투자 유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KT클라우드와 무바달라의 투자 협의는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의 정상회담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300억 달러(39조 4800억 원) 규모의 투자 업무협약에 따라 진행됐다. KT클라우드의 높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양국 정상회담으로 파생된 ‘1호 투자처’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두 기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양측의 제시 조건과 기대치가 달라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KT 경영진 교체가 맞물리면서 협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
투자 협상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 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알려졌다. 무바달라가 KT클라우드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는 했지만 투자 조건을 지나치게 깐깐하게 걸었다는 지적이 KT 내부에서 나왔다. KT에서는 무바달라의 제시 조건을 고려하면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T는 무바달라의 투자에 기대가 크지 않았고 협의 또한 긴밀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클라우드가 무바달라와 협상에 나서기 전 이미 높은 몸값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를 마쳤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7월 IMM크레딧솔루션으로부터 기업가치 4조 6000억 원을 인정받고 약 6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후속 투자 시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전보다 높은 기업 가치로 투자받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 책정 과정에서 KT의 부담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2022년 법인 설립 이후 매년 가파른 매출 성장세와 흑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T클라우드는 분사 첫해인 2022년 약 5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783억 원으로 23% 성장했다. 아직 수익 규모를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가 상당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쉬울 게 없는 KT클라우드로서는 무리한 해외 투자 유치보다는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실적이 성장세인만큼 당장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주력 사업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운 후 투자를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T클라우드의 미래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공공과 민간 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 도입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그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DX) 시장 주도권을 장악해 2026년 매출액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클라우드 관계자는 “무바달라 측과 투자 유치 협의가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투자 유치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KT클라우드는 2022년 4월 KT의 클라우드·IDC 부문이 분사해 출범했다. 공공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금융클라우드, DX플랫폼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기 분당과 서울 목동, 여의도 용산 등 국내 최다인 13곳의 IDC를 운영 중이다. KT를 거쳐 KT클라우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황태현 대표가 지난 1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