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대 최고 득표율로 5선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향후 한러·북러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장기집권을 넘어서 2030년까지 30년 집권에 나서는 ‘스트롱맨’ 푸틴은 대선 종료 후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서방 기조가 한층 강화하며 한반도 정세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출구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4명의 후보 중 가장 높은 87%대의 득표율로 선두에 올랐다. 이는 2018년 대통령 당선 당시 기록한 득표율 77%보다 높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다른 후보 3명의 지지율은 모두 5%에 못 미쳤다.
승리가 확정되면 푸틴은 앞으로 6년 동안 집권 5기를 열게 된다.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개헌으로 오는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다.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로 접어든 셈이다.
특히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높은 지지로 화답하며 전쟁을 더 키우거나 최소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 투표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진행됐는데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에서 95.23%, 루한스크에서 94.12%, 자포리자에서 92.83%, 헤르손에서 88.12%의 지지율을 얻었다.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질 않지만 전시에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와 서방세계와의 대립이 더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방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북중러 밀착도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1990년대부터 국제적 안보 현안이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예민하게 여기던 러시아는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부족해진 탄약을 북한에서 공급받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러시아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 답방을 수락한 상황에서 시기를 대선 이후로 미뤄놨다. 자신의 전용차인 무게 7톤의 아우루스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타고 평양 강동종합온실을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러 관계는 이미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2차례나 성사될 정도로 밀착한 상태다. 양국 군 사이에서는 전략적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다. 북중러 3국은 유엔 군축회의 등 다자무대에서는 오히려 한·미·일 안보 공조에 대해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 후인 5월 중순께 중국을 우선 방문한 뒤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향후 한러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수교 34주년을 맞은 한러 관계는 최근 파열음이 일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에서 우리 국민이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도 러시아는 ‘한국이 비우호국 중 가장 우호국’이라는 입장을 대사가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지만 북중러 밀착이 강화하면 한러 관계는 더욱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18일부터 서울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린다. 민주주의 정상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결정적 도전’이라며 취임 첫 해인 2021년 만든 회의체다. 지난해 3월 미국과 한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가 제2차 정상 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번 회의 참석을 위해 다시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오찬 회담을 진행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조 장관 등과 함께 양국 간 민주주의 협력 방안과 한미 동맹 강화 방안, 한반도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