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009150)가 혹한이나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환경 속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차세대 전장 카메라 모듈을 연내 양산한다. 로보틱스 등 미래 시장에 대한 카메라 모듈 진출도 서두르기로 했다.
차세대 모듈은 기존 제품보다 악천후 대응 능력을 더 키운 것이 특징이다. 우선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발수 코팅 렌즈가 적용된다. 이 렌즈는 물방울이 렌즈에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해 물방울이 쉽게 날아갈 수 있게 한다. 삼성전기는 흙먼지나 주차 시 긁힘 등으로 마모되지 않는 내구성이 기존 제품보다 약 1.5배 이상 높고 수명은 6배 이상 길다고 설명했다. 해상도와 초당 프레임 수도 대폭 늘어난다.
렌즈 표면에 발열 기능이 적용된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이 제품은 렌즈 표면을 항상 80도 근처로 유지해 추운 날씨에 눈이나 성에로부터 시야를 확보해준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차세대 모듈에 냉각 스프레이를 뿌려 렌즈 표면에 성에가 끼게 한 뒤 1분 만에 이를 녹여내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자동차용 카메라에는 외부에서 다양한 기상 변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차선 변경, 움직임 감지 등 주행 안정성을 위해 실시간 포착해야 하는 정보도 많아 성에나 물방울 같은 요소에 얼마나 변수 없이 대응하느냐가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계획대로 올해 안에 차세대 모듈을 완성차에 탑재하게 되면 전장사업 라이벌인 LG이노텍보다 약 3년 정도 빠르게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LG이노텍은 올해 초 열린 북미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를 통해 2027년께 발수·발열 기능을 탑재한 전장 카메라 모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리와 플라스틱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렌즈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발은 이미 완료했고 빠르면 2025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차량용 카메라 렌즈에는 통상 외부 충격에 강한 유리 소재가 쓰인다. 빛을 잘 투과하고 온도 변화에도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성이 낮고 제품 단가도 높다는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카메라 기업들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기능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잡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렌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사업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에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당 현재 3~5개 탑재되는 카메라 수가 향후 자율주행 보편화나 안전 규제 법제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고도화 등 진행에 따라 최소 2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콘세직비즈니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억 달러에서 2030년 85억 달러로 연평균 약 1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조리개를 탑재한 전장용 카메라 모듈이 대표적 제품이다. 전장용 모듈에 조리개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조리개는 섭씨 -40~50도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해야 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곽형찬 삼성전기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 전장광학팀장은 “다른 업체들이 센서 패키지를 그대로 납품받아 조립하는 방식이라면 당사는 센서만 받아 칩온보드 등 자체 기술을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최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며 “향후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산업으로도 나아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