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인 화가는 누구일까?[양철민의 어쩌다 뉴욕]

'이방인' 정서 담아낸 호퍼
휘트니미술관·MoMA 전시
고독 달래주는 위로의 손길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 뉴욕=양철민기자

미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가는 누구일까.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이나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떠올리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에드워드 호퍼를 첫손에 꼽는 이들이 대다수 일테다.


실제 호퍼의 그림에서는 이방인들이 모여 만든 미국이라는 나라 특유의 고독함이 느껴진다. 고향을 떠나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착근하지 못한 채 부유(浮遊)하는 이들은 그의 그림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다.


이 같은 에드워드 호퍼의 이방인 정서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서일까. 한국에서도 호퍼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라는 전시회에는 사전 예약자만 10만명 이상이 몰린 바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이른 일요일 아침’. 뉴욕=양철민기자

에드워드 호퍼의 ‘오전 7시’. 뉴욕=양철민기자

에드워드 호퍼의 ‘푸른밤’. 뉴욕=양철민기자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휘트니 미술관 또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보러 오는 이들로 자주 북적인다. 성인 1인당 티켓 가격이 30달러로 보유 작품 수에 비해 티켓 가격이 높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때문에 미술 애호가들이 뉴욕을 방문하면 꼭 찾는 곳이 바로 휘트니 미술관이다. 참고로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보유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티켓 가격도 30달러다. 에드워드 호퍼라는 작가의 티켓팅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뉴욕=양철민기자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의 ‘가스’. 뉴욕=양철민기자

기자가 며칠 전 방문한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실제 에드워드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 ‘푸른밤’ 등의 주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체 8층 크기의 휘트니 미술관의 7층에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 그림에는 관람객들이 북적였다.


반면 MoMA에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자 ‘가스’에는 관람객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가스’는 MoMA 5층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상구 근처에 전시돼 있는데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마티스의 ‘춤’과 같은 작품과 비교해 유명세가 덜 한 것 또한 이유인 듯하다.



휘트니미술관에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 뉴욕=양철민기자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2년 100만명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빠른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 현상을 넘어서, 21세기에는 완전히 ‘서울 공화국’이 돼 버린 대한민국의 이면이다.


서울의 화려함에 이끌려 상경했지만, 경제적 팍팍함에 연애도 친구도 모두 후순위로 밀어둔 채 외로움을 친구 삼는 이들이 많은 요즘. 젠체하는 이들로 24시간 북적이는 인스타그램은 잠시 접어두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며 말과 소리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위로를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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