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쾅’…泰에 내디딘 K골프의 첫걸음

KLPGA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첫 KLPGA 대회에 태국 언론 관심 쏟아져
블루캐니언CC 프라판 회장 열정이 한몫
“내년에 참가 선수와 상금 상향 조정할 것”

선수들이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 2번 홀에서 이동하는 모습. 사진 제공=KLPGA

국내 골퍼들에게 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다. 수도인 방콕을 비롯해 파타야, 치앙마이 등은 골퍼들에게 해외 단골 골프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또 국내 투어를 뛰는 남녀 선수들의 겨울 훈련지로도 익숙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야 처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가 태국에서 열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극찬했다는 태국 푸껫 블루캐니언CC(파72)에서다.


17일 끝난 KLPGA 투어 2024시즌 두 번째 대회인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65만 달러)은 이예원(21·KB금융그룹)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처음으로 KLPGA 투어 대회가 개최된 블루캐니언CC는 1994년과 1998년, 2007년 세 차례 유럽 투어인 조니워커 클래식을 개최한 태국 명문 골프장이다. 특히 1998년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우승한 우즈는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골프장 중 하나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2018년과 2022년에는 각각 아시안 골프 어워드와 월드 골프 어워드에서 태국 베스트 골프 코스로 뽑기도 했다.


자국에서 열린 첫 KLPGA 투어 대회에 태국 현지 매체의 관심도 쏟아졌다. 대회 기간 총 20개가 넘는 태국 매체가 대회장을 찾으면서 미디어센터 내부는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매 라운드가 끝나면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한국 선수들의 정보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예원의 우승 인터뷰에서는 대회 기간 경험한 태국 문화와 음식, 날씨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대회장에서 만난 태국 AP통신의 르퐁 암사 느지암 기자는 “이번 대회는 태국에서 열리는 여자 대회 가운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다음으로 큰 규모다. 따라서 태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은 일관성과 집중력,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태국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 11명의 태국 국적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태국 여자골프 투어인 타이 LPGA 투어는 지난해 총 10개 대회를 개최했는데 평균 총상금이 179만 바트(약 6600만 원) 수준이었다. 총상금이 가장 높은 대회인 BGC 타일랜드 LPGA 마스터스가 400만 바트(약 1억 5000만 원), 우승 상금이 60만 바트(약 2200만 원)였다.



프라판 아사바 아리 블루캐니언 컨트리클럽 회장

사실 이번 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대회를 주최한 블루캐니언CC의 프라판 아사바 아리 회장의 역할이 컸다. 오랜 기간 한국 골프계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프라판 회장은 KLPGA 투어와 국내 골프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수준급의 코스 컨디션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코스 리노베이션을 진행했고 태국 국내 골프 투어의 평균 총상금보다 10배가 넘는 돈을 투자할 만큼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회 기간 만난 프라판 회장은 올해보다 대회 규모를 앞으로 더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LPGA 투어의 역사와 전통은 존경하지만 무엇인가 정체된 듯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의 KLPGA 투어는 태국 골프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할 것”이라면서 “내년부터 참가 선수와 상금을 상향 조정해 규모를 확대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라이더컵(미국-유럽 대항전)처럼 한국 선수들과 아시아 선수들이 이 골프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첫선을 보인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2026년까지 3년 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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