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조합 회계 공시제에 참여하기로 했다. 노조 회계 공시제는 정부가 내세운 노동 개혁의 성과 중 하나였다.
18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80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조 회계 공시 거부안이 부결됐다. 재적 대의원 1002명 중 이 안건에 대해 493명이 찬성해 공시 거부 여론도 비등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노조 회계 공시제는 노조와 산하 조직(노조의 내부 조직)이 수입·지출·자산·부채 등 직전 연도 회계 기본 항목을 자율적으로 공시 시스템에 기입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조합원과 국민이 회계 정보를 열람해 이들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가 노동 개혁 일환으로 추진한 정책 중 하나다.
노조 회계 공시제 시행 첫해는 성공적이었다. 공시제가 노조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총이 공시제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그 결과 첫해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및 산하 조직 739곳 가운데 675곳(91.3%)이 결산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94%대 참여율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올해 노조 회계 공시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단독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도 현장 발언을 통해 민주노총이 노조 회계 공시제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참석자도 “노동권을 위한 싸우겠다고 하면서 노조 회계 공시제로 싸우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대의원 대다수가 노조 회계 공시제 참여를 결정한 데는 공시제 불참 시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지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노조 공시제는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상급인 총연맹이 공시를 하지 않으면 산하 노조의 조합원이 노조비 15%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공시제에 대한 찬성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 참석자는 “민주노총이 회계 공시를 거부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내분 양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민주노총은 시민 다수가 지지하는 명분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회계 공시제를 두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상반된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이다. 조직력이 강하고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노총에서 민주노총 전체와 산하 노조의 결정이 반대인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금속노조의 결정이 조합원에 미칠 영향 등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