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같은 대기업에 다니다 현장에서 나사를 조이면 지인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고요? 기술직은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40대 후반이 되면 인생 2막을 생각할 텐데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면 빨리 준비하세요.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열정과 실력이 중요하고, 화려했던 과거는 이력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홍용(사진)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을 향해 제2의 인생을 보람 있게 해줄 새로운 직업은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폴리텍대는 직업훈련 과정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김 교수가 담당하는 ‘스마트전기과 신중년 과정’에서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중장년이 모여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김 교수는 “스마트전기과 신중년 과정의 학습 기간은 6개월인데 한국 국적의 만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며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에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신중년 과정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지도를 받는 신중년 과정 교육생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공무원·교사 출신을 비롯해 은행원, 대기업·중견기업 퇴직자 등 여러 직업군에 있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전기과 신중년 과정에서 공부한 이들은 전기기능사·전기기사·전기응용기술사 등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다”며 “자격증을 딴 이들은 건설 현장이나 아파트 관리 사무소를 비롯해 전기 시설 유지·보수가 필요한 곳에 취업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가 6개월마다 바뀌는 교육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고3 수험생이나 고시생 못지않은 진지한 면학 분위기다.
그는 “이곳 교육생의 평균 연령은 50대 중후반인데 20~30대 청년보다 더 열심히 이론을 공부하고 실기 수업에 임한다”며 “교육생들을 보면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치고 배우면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함)’이라는 한자 성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생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와 나에게 전기 기술을 배우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여러 가지 배우는 게 많다”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서로 정보 등을 공유하고 또 공감하게 되니 나와 교육생이 함께 배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교육생들에게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바로 ‘배움의 열정’이다. 그는 “요즘 기업에서 은퇴 시기가 빠른데 은퇴자들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은퇴’라고 말한다”며 “직장을 떠난 이들 가운데 정년 없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뭔가를 배우려는 열정을 갖고 이곳에 온다”고 했다. 또 “교육생 대부분은 지천명(50세)을 지나 이순(60세)이 된 나이로 옛날 같았으면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 연배의 교육생들이 기술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고 결국 재취업 성공이라는 성과를 내는 것은 바로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교육생 모두가 처음부터 열정이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 교수는 “교육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일부는 이곳에 입학원서를 내기까지 엄청난 갈등을 했다고 하는데 그들을 갈등하게 한 이유는 지인들의 시선”이라며 “이른바 명문대 출신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출신이 현장 기능공을 한다는 폄하된 시선이 이들을 망설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선진국인 독일·일본 등에서는 기술직을 ‘장인’으로 인정해주는데 이는 기술자들에 대한 폄하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을 향해 “버스를 잘못 탔다고 인지하는 순간 종점까지 가는 사람은 없지만 유독 인생의 경로에서는 자신이 목표하지 않은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며 “이제 중년이 된 직장인이라면 정년이 없는 길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인생 2막은 기술자격증 취득을 비롯한 여러 길이 있으니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