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뒷전', 정쟁 휩싸인 고양시의회…서울 편입 두고 힘겨루기

국·도비 지원 고양페이 예산 심의도 뒷전…‘민생 외면’ 비판 자초
법정용역·업무추진비도 예산 확보 무산…집행부 발목잡기 지속
“양자 대립 때는 시민 관점에서 접근해야"

지난 4일 고양시의회 임시회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추경안 합의가 불발됐다. 사진 제공=고양시의회

시급한 민생 예산을 처리해야 할 경기 고양시의회가 '서울 편입' 등 정쟁에 휩싸여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임시회가 소득 없이 자동 산회되면서 지역화폐 예산과 공직자 업무추진비는 물론, 당장 추진해야 할 고양국제꽃박람회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19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달 23일 제1회 추경예산안으로 총 399억 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주요 예산은 △지역사랑상품권(고양페이) 할인비용 61억 원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등 연구용역비 6건 8억 원 △국립통일정보자료센터 부지 설계변경비 8억 원 △고양시 전부서 및 시의회 업무추진비 총 598건 28억 원 등이다.


그러나 제282회 고양시의회 임시회 회기 첫날인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고양시 서울 편입 이행촉구 결의안’을 자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며 불참했다. 여야 동수인 시의회는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미달로 안건상정도 못한 채 시일만 보내다가 18일 자동폐회 됐다.


민주당은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민생 예산과 업무 추진비를 임시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이 거절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민생 예산을 볼모로 정치 현안을 논의 테이블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 편입 촉구 결의안 자진 철회를 추경안 통과의 협상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은 동료 의원의 재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민생과 관련된 안건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임시회가 무산되면서 국·도비를 확보하고도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고양시만 지역화폐 지원이 중단돼 시민들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꽃박람회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 확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동안 고양국제꽃박람회 재단은 5500대 규모 주차장 확보를 위해 시 소유 킨텍스 지원부지 사용료 면제동의안을 행사 전에 시의회에서 승인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회기 무산으로 고양국제꽃박람회 재단측은 약 8억 원의 주차장 부지사용료를 추가 부담해야 하지만, 예산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방회계법, 행정자치부 예규 등에 집행기준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본예산 심의에서 시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일괄 삭감해 공무수행시 비용을 개인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 경기도, 해외기관, 고양시민 등 다양한 외부인사를 만나 고양시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인데, 업무추진비 부재로 사비로 비용을 처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고양시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네 탓만 주장하며 유치한 싸움만 하느라 시민 고통이 가중하고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며 “추경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올해는 경제자유구역 최종지정 신청을 비롯해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특화단지, 일산테크노밸리, 노후계획도시, 과학고 지정, 고양국제꽃박람회 등 처리해야할 현안이 많은데 의회의 비협조와 필수 예산 확보 지연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눈앞의 이해관계를 떠나 고양시민 이익과 고양시의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때이며 시의회가 대승적인 협력에 나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정원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집행부와 의회의 견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의 비판을 받게 된다”며 “양자가 대립할 때는 항상 유권자인 주민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