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조건 붙은 전남권 의대설립…김영록 '통합' 고수에 노관규 '승부수' 박홍률 '화들짝'

[미션-목포·순천 통합 아닌 한 곳 정해라]
의대 '파란불' 金 지사 정치적 부담 '빨간불'
현 정권 아래에서는 '통합의대' 불가능 높아
노관규 순천시장 경전선 이어 정치적 승부수
박홍률 목포시장 즉각 대처…단독유치 갈등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8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내 전남도민의 30년 숙원을 해결해 줄 ‘전남권 의대’ 설립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남도청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전남권 국립 의대 설립 건의에서 이 같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김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목포대·순천대를 묶은 통합의대가 아닌 한 지역·대학을 정해야 하는 미션을 던졌다.


이번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남권 의대 신설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적 부담은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통합의대가 지역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 있고 ‘정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현 정권 아래서는 현실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학 통합·통합 의대 신설’을 현실화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촉박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만큼 김 지사의 판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 노관규 순천시장이 승부수를 걸었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해 6월 15일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정원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전남도의 통합의대 방침에 동조해 달라는 협조 요청에도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치적 노름판을 돌리다 이도 저도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시장은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전남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대는 전남 유일의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기반이 갖춰져 있고, 의대 신설을 위한 기반을 갖춘 순천대를 중심으로 풀어야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시장은 순천대·목포대 통합 의대 신설에 대해 “순천대 단독이다. 공동 의대는 대통령 말씀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고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에 지난해 경전선 우회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서도 전남도와 대치한 노관규 순천시장의 뚝심이 통한 만큼, 이번 의대 단독 유치와 관련해서도 그의 정치적 승부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순천시의 강력한 입장에 뒤늦게 박홍률 목포시장도 가세했다. 박 시장은 “전남도의 통합의대 신설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정부가 단일의대로 방향을 정하면 전남 서부권인 목포대에 의과대학이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또 다시 동(순천)·서(목포) 갈등이 불거지면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정치력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다. 순천대와 목포대가 전격적으로 대학간 통합을 선언하면서 정부를 설득해 전남권 의대 신설을 하게 되면 김 지사의 ‘정치적 능력’은 상당히 높게 판단 받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미 순천, 목포 단독유치 싸움은 분명해 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선거구 후보로 선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칭찬하기도 한 ‘전남권 의대 설립’에 대해 정치적으로 가장 큰 과제가 던져진 김영록 전남지사의 최종 판단은 어떻게 될까. 180만 전남도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