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두고 날세운 美·EU와 달리 논평 자제한 외교부…한러관계 의식?

"한러, 관계 관리에 공동의지"…날 세운 서방과 달리 '점령지 투표'만 비판

5연속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선거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하며 5선에 성공한 데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삼갔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 대선을 두고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 것과 비교된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선교사 문제 등 산적한 한러 관계 현안 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자 한다”며 “한러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하려는 데 공동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서방 정부들은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는 비판 입장을 밝혔다’는 취재진 지적에도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거듭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5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30년까지 집권 5기를 이어가게 됐다.


서방 국가들은 이번 대선의 진행 방식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선거가 “매우 제약된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비판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선거는 자유롭고 다원적인 민주주의 선거의 조건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면 러시아의 비민주적인 선거 행태에 대해 말을 아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선교사 문제나 한반도 관련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 등을 감안해 한러관계를 관리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해온 점령지(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에서도 투표가 시행됐다는 부분에 대해선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점령지 내에서 선거가 치러진 데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및 독립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푸틴 대통령 재선에 대한 축전을 보낼지에 대해선 “적절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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