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딜로이트가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사업부 개편을 단행한다.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딜로이트는 2014년 이후 5개로 운영하던 사업부를 △감사·보증 △전략·리스크·거래 △기술·혁신 △세무·법무 등 4개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조직 개편에 감원이 포함될 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조직 개편은 글로벌 전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오는 6월부터 약 1년에 걸쳐 마무리될 전망이다. 딜로이트는 전 세계 150여 국에서 45만 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FT는 딜로이트의 이번 개편이 관리직 이상 직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조 우쿠조글루는 이날 파트너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계획이 회사의 ‘복잡성’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직원을 관리하는 대신 고객과 협력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딜로이트의 한 전직 파트너 역시 “이번 개편은 주니어급 직원에 관한 것이 아니다. 파트너들이 관리직에서 제외되는 등 파트너 레벨에서 느끼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은 감사 부문의 독립성은 유지한 채 세무·법무 부서를 포함하는 컨설팅·자문 사업 부문을 4개에서 3개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컨설팅, 재무 자문, 리스크 자문 부서를 △전략·리스크·거래 △기술·혁신이라는 두 개의 신설 사업부로 통폐합해 전자는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후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통합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다만 대형 회계법인의 복잡한 구조 탓에 조직 개편이 원만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회계법인은 일반적인 다국적 기업과 달리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법인을 중심으로 연결된 전 세계 파트너십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글로벌 사업은 현지 회원사가 지불하는 수수료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런 복잡한 구조로 인해 파트너들이 영향력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딜로이트는 지난 회계연도에서 전년 대비 15% 늘어난 650억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해 빅4 회계법인(딜로이트·EY·PwC·KPMG)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가파른 성장을 이어온 회계업계는 올해부터 주요 시장의 어려운 경제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들의 의견을 담은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컨설팅 시장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