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나 등산로에서 위 사진의 '야자매트'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나 뭘로 만드는지, 수명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폐기되는지 생각해 본 분들은 적을 겁니다. 알고보니 당연히 천연 소재, 생분해 소재로 만들어야 되는 제품이었습니다. 안 그러면 공원에서, 산에서 지구를 아프게 할테니까요. 그럼에도 '불량 야자매트'는 존재했습니다. 불량 야자매트가 왜 나쁜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보행 매트'라고 불리는 야자매트는 대부분 코코넛 껍질을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코코넛 섬유질을 밧줄처럼 꼬아서 단단하게 만든 후 엮는 겁니다. 그렇게 만든 야자매트를 깔면 흙길도 걷기 편해집니다. 먼지도 덜 날리고, 비가 와도 진흙 걱정이 훨씬 줄고요. 그렇게 수 년 동안 밟히면서 점점 흙길에 묻혀서 지반을 단단하게 해 줍니다. 10여년이 지나면 생분해돼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수 년 동안 '불량 야자매트'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합성섬유를 섞은 저품질의 야자매트가 우리 동네 공원에, 주말에 찾는 산에 깔리고 있단 겁니다.
그래서 지구용이 출동했습니다. 우선 에디터가 살고 있는 서울의 서대문구청을 취재해 봤습니다. 이정훈 팀장님은 "조달청이 품질을 검증한 제품들을 구매한다"면서 걱정을 덜어주셨습니다.
실제로 확인도 해 봤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물품을 구입할 때 이용하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야자매트 구매 입찰 공고를 살펴봤더니 아래와 같이 못박아 뒀습니다. '합성섬유 재질이 포함된 저품질 금지'란 문구가 아주 든든합니다.
그런데 야자매트는 꼭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만 쓰는 건 아닙니다. 다른 곳에선 어떤가 싶어서 야자매트 업계 관계자(실명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를 또 취재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불량 야자매트 문제를 지적해 온 분입니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3~4년 전부터 야자매트 시장에 업체들이 몰리면서 불량품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신생 업체들이 천연 원사(코코넛 섬유 등)를 적게 쓴 저가 야자매트를 대량 수입한 거죠. 저가 야자매트는 합성섬유를 섞다 보니까 밧줄 구조가 단단하지 않아서 조금만 지나면 풀어지고 부서집니다."
불량 야자매트는 1,2년만 지나도 너덜너덜하게 해어지는데, 해진 부분을 자세히 보면 합성섬유 실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흙 속에 묻혀 수십, 수백 년간 남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겁니다.
다행히 업계 분들이 지적도 해 주시고, 일부 매체에서도 보도하면서 최소한 공공 영역에서는 불량 야자매트가 거의 퇴출된 상태. 하지만 전원주택 마당, 논밭, 축사, 캠핑장에서 야자매트를 설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조상님 산소 가는 길, 식당 주차장, 심지어 길고양이 급식소까지 정말 다양한 수요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구입하는 경우엔 생분해성 소재인지, '100% 코코넛 섬유'나 '100% 천연 면사 사용' 등의 문구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야자매트의 세계, 이제 관심이 생기셨습니까. 혹시나 근처에 야자매트 필요한 분들이 나타나면 이 기사를 꼭 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