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가장이 고등학생 시절 책과 학용품을 훔친 사실을 고백하면서 “늦었지만 책값을 받아달라”고 쓴 편지와 함께 100만 원을 서점에 보낸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에 한 고객이 별다른 설명 없이 편지 봉투를 전달했다. 당시 서점 직원들은 봉투 안에 돈만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단순 분실물로 보관했으나 최근 다시 봉투를 열어보고 5만 원권 20장과 함께 들어 있는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 작성자는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고등학생이었던 15년 전의 일을 고백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자주 왔다는 그는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로 왔지만 이내 내 것이 아닌 책과 각종 학용품류에 손을 댔다”며 “몇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하던 중 직원에게 딱 걸려 마지막 훔치려던 책들을 아버지께서 지불하셨던 기억이 있다”고 적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는 그는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족들이) 잘못은 이해해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졌던 만큼 돕고 베풀며 용서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교보문고는 편지 작성자가 보낸 돈에 매칭 방식으로 100만 원을 더해 200만 원을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