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으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석 달 만에 4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리튬·니켈 등 2차전지에 쓰이는 주요 광물의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기 시작하는 등의 징조가 나타난 영향이다. 다만 2차전지 업체들이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상장된 2차전지 ETF 12종에 472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KODEX 2차전지산업 ETF’에 가장 많은 1265억 원이 몰렸으며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에도 1074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밖에 ‘TIGER 2차전지테마 ETF(729억 원)’ ‘TIGER 2차전지TOP10 ETF(522억 원)’ ‘KBSTAR 2차전지액티브 ETF(356억 원)’에도 수백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반면 인버스 상품인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에서는 38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2차전지 ETF에 적극 베팅하는 데는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2차전지 판매 가격 및 수익성과 높은 연관이 있는 리튬·니켈 가격은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은 지난달 말 ㎏당 88위안에서 전날 107.5위안으로 22.16% 상승했다. 니켈도 최근 한 달 동안 8.46%가량 가격이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는 광물 채굴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리튬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UBS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리튬 시장은 업계가 생산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등 수급 균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렌코어 등 주요 생산 업체들은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대형 채굴 프로젝트를 연달아 중단하고 있다.
다만 그간 2차전지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지속해온 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해결되고 있지 않아 실적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최근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 분석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증설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 성장 둔화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로 경쟁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익 창출이 둔화된 시기에 설비투자(CAPEX) 소요가 집중되면서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