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맨’ 오타니 멀티히트, 짜릿한 역전극…韓 야구팬 홀린 MLB

'7억弗 사나이' 3회 다루빗슈 상대 첫 안타
8회엔 5대2 달아나는 적시타 치고 세리머니
샌디에이고 김하성, 무난한 수비에 1볼넷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5번 타자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2회 타격한 뒤 타구를 눈으로 쫓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박찬호(왼쪽)의 시구를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받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의 초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면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초의 한국 경기가 역사에 기록됐다.


MLB 팀의 한국 경기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1958년 백상 장기영 서울경제신문·한국일보 창간 발행인의 주도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방한해 국내 올스타팀인 군 연합팀과 일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는 친선경기였지만 이번은 MLB 148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치르는 정규 시즌 공식 경기라는 의미가 있다.


MLB는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인 2024 시즌의 문을 열었다. MLB 공식 개막전을 개최한 아시아 나라는 일본(다섯 차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MLB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기도 한 이 경기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방한한 두 팀의 선수 연봉을 모두 더하면 거의 5000억 원이다. 거물들의 차원 다른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했다. 특히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다저스)가 타석에 서거나 전광판에 보일 때마다 함성이 터졌다. MLB 사무국의 서울 시리즈 개최 발표가 있던 지난해 7월 당시 오타니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몸담으며 타자로 홈런 전체 1위, 투수로 피안타율 리그 최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시즌 뒤 오타니는 다저스와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300억 원)에 입단 계약했고 서울 시리즈에서 ‘다저스맨’으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투타 겸업으로 유명하지만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는 타자로만 나서는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날 3회 2사에서 일본 대표팀 동료이기도 한 다르빗슈의 싱커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때렸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안타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한국에서 기록한 것이다.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관중석에 앉은 농구 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도 기뻐했다. 오타니는 2루 도루에도 성공했다.


앞서 키움, 한국 대표팀과 연습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물러났던 오타니는 이날 5타수 2안타의 멀티 히트에 타점과 도루도 하나씩 올리며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소셜미디어에 태극기 이모지를 습관처럼 올리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아내를 처음 공개한 오타니는 이날 경기 전에도 ‘오늘 저녁 시즌이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곧 만나요’라는 한글 게시물을 올려 한국 팬들을 매료시켰다. 경기 중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을 2루 근처에서 만나 “안녕하세요”라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저스는 1대2로 뒤지던 8회 초 무사 만루에서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희생 플라이로 간단히 동점에 성공한 뒤 상대의 불운이 겹친 실책과 무키 베츠의 적시타로 4대2를 만들었다. 다음 타석은 오타니. 초구를 공략해 2루에 있던 주자를 불러들이면서 5대2로 달아났다. 다저스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첫 경기부터 입증해 보였다.


중심 타선인 5번 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수비에서도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출루가 절실한 9회에 선두 타자로서 우익수 플라이로 돌아선 장면이 아쉬웠다. 경기는 그대로 다저스의 5대2 승리로 끝났다. 양 팀은 21일 오후 7시 5분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 뒤 곧장 미국으로 돌아가 ‘본토’ 경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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