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기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같은데?”
20일 오후 4시 지하철 1호선 구일역 2번 출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지하철 출입구를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평상시에도 통행이 혼잡하기로 유명한 홍대입구역 9번 출입구만큼 이날 구일역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이들이 향한 목적지는 2024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이 열리는 서울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이었다.
이날 고척돔에서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미국프로야구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MLB 공식 경기다. 지난해 한국 선수 최초로 MLB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내야수 김하성(샌디에이고)을 비롯해 ‘슈퍼 스타’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빅리그 스타들의 출전으로 야구 팬들의 관심은 고척돔으로 쏟아졌다.
경기 시작 2~3시간 전. MLB 기념품을 판매하는 슈퍼스토어도 발 디딜 틈 없었다. 총 20여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는 이곳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굿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00억 원)에 계약한 오타니의 유니폼이었다. 오타니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는 1명당 2장, 유니폼 저지는 1인 1매씩만 살 수 있게 구매 제한까지 걸렸다.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파악하기 위해 매장 내 직원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관리자는 판매와 관련한 수치나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접촉을 막았다.
이곳에서 만난 김승표(30)씨는 “오타니 유니폼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맞는 사이즈가 일찌감치 품절됐다, 그래서 무키 베츠 유니폼을 구매했다”며 “평소에도 MLB를 즐겨봤고 유니폼도 많이 있지만 국내에서 처음 하는 빅리그 경기인 만큼 기념으로 유니폼을 또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장에 입장하는 데만 40분이 넘게 걸렸다. 숍이 하나인 게 아쉽다. 하나 정도 더 있었으면 많은 인파를 더 잘 컨트롤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조너선 포레스트(50)씨는 배지를 사기 위해 이틀째 기념품 매장을 찾았다. 그는 “배지를 모으는 게 취미인데 어제는 원하는 배지가 다 팔려서 오늘 다시 왔다. 타 팀의 팬들과 배지를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다른 기념품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서 모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샌디에이고 출신으로 40년 넘게 파드리스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파드리스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경기장 내 상점의 매출도 뛰었다. 고척돔에 입점한 매점들을 관리하는 식음 부문 관계자는 “평소 키움 히어로즈 경기 때보다 일본과 미국 등 외국 관중이 많이 늘어서 떡볶이나 새우튀김 등 특색 있는 메뉴들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전체 점포로 봤을 때는 평소보다 매출이 50% 정도는 뛴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중이 가장 많이 찾았다는 떡볶이 매장 관계자는 “K푸드의 힘인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매운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더라.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됐는데 벌써 평소 매출보다 3배 정도 상승했다”며 웃었다.
1차전이 오타니의 멀티 히트와 김하성의 중심 타선 출전 등으로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면서 21일 있을 2차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더 커졌다. 동시에 고척돔 매장 관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