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회피’ 논란으로 여권의 악재가 됐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급거 귀국해 “공수처의 수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하던 야권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여당 일각에서도 이 대사를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사는 2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의와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는 방산협력 관련 업무가 많을 거 같고, 그 다음주는 한-호주간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 준비와 관련한 업무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 2가지 업무가 호주 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호주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싱가포르 항공으로 이날 오전 9시 36분께 귀국했다. 지난 10일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는 4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앞세워 예상보다 조기 귀국하게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대사의 호주 복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야권은 총공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이종섭 도주 사태 등에 대한 의혹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채상병 국정조사, 채상병·이종섭 특검을 의미하는 ‘쌍특검·1국조’를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으로부터 (채상병 사건 관련)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부당한 수사 개입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 대사 귀국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면담하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을 하고 있다”며 이 대사의 자진 사퇴 혹은 대통령의 이 대사 해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이 대사의 수사와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사의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계급장을 떼고 수사를 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CBS 라디오에 "일단 공수처 수사를 받아서 혐의에 대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며 "그 이후에 (다시 호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대사가 거취 문제로 고민한다면, 스스로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자진 사퇴'를 해법으로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