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펫숍 금지에 불 붙인 루시의 죽음

17일 연천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를 안고 있는 고현선 카라 활동가. 사진 제공=카라

영국에도 ‘루시’가 있었다. 영국 사우스웨일스에서 2013년 구조된 스패니얼(견종)이다. 번식장에서 6년간 반복된 출산으로 이미 몸이 상해 있었던 루시는 구조 1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루시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번식장에 대한 규제 여론이 높아졌고 영국 잉글랜드에서 2020년 4월 루시의 이름을 딴 ‘루시법’이 발효됐다. 생후 6개월 이하의 강아지·고양이는 전문 브리더(사육자) 또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통해서만 입양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규제한 법이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루시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 판매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열악한 동물 번식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동물들은 경매장에서 주로 3만~10만 원 정도에 펫숍 사장들에게 낙찰된다. 경매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동물들은 번식견으로 살다 생을 마치거나 식용으로 팔리기도 한다.


갓 태어난 동물들은 2~3개월가량 어미 젖을 먹으며 면역력을 키우기도 전에 박스와 트럭에 실려 수백㎞씩 팔려 다닌다. ‘상품성’이 높은 작은 몸집을 만들기 위해 아예 어미 젖으로부터 떼어놓기도 한다. 번식장에서는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개들에게 발정제와 자궁수축제(옥시토신)를 주사한다. 숱한 개들이 질병에 시달리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적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미국도 여러 주에서 점차 펫숍을 금지하고 있다”며 “동물의 상업적인 매매를 대폭 축소하면 보호소 동물들의 입양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