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 받은 첫 사지마비 환자가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블름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20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서 8년 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신체가 마비된 놀런드 아르보(29)가 휠체어에 앉아 체스와 비디오 게임 ‘문명 VI’를 즐기는 영상을 스트리밍했다. 1월 뉴럴링크가 개발한 컴퓨터 칩 ‘텔레파시’를 뇌에 이식 받는 그는 손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으로 노트북 스크린의 마우스 커서를 조작했다. 아르보는 “게임하는 것을 포기했었는데 다시 할 수 있을 능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은 내 뇌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정말 멋진 일”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뉴럴링크가 컴퓨터 칩을 이식 받은 환자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행동을 명령하는 뇌 영역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BCI를 통해 환자가 커서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를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뉴럴링크의 첫 임상 목표였다. 아르보는 “커서에 ‘포스’를 사용하는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모든 곳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뜻한다. 그는 수술 과정에 대해서도 “매우 쉬었다”며 “하루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고 인지 장애를 겪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르보는 체스를 두면서 이식 수술에 대해 설명하는 등 멀티태스킹도 가능한 모습을 보였다.

뉴럴링크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은 후 9월부터 경추 척추 부상이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으로 마비가 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임상이 완료되기까지는 6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뉴럴링크는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칩 이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임상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FDA와 대상자 수를 낮추는 협상 역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이날 X를 통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기능을 갖춘 컴퓨터 칩을 개발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칩의 이름을 언급하며 “‘블라인트사이트’는 텔레파시 다음 나올 제품”이라고 밝혔다. 위스콘신신경공학연구소의 킵 앨런 루드윅 공동 소장은 “환자들이 칩 이식 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는 확실히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럴링크의 임상 시험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전한 이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