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관계는 NO…'저한테 실례'하세요"

[북스&인터뷰-'스탠드업 코미디언' 겸 작가 양다솔]
◆적당한 실례
질문에 민감한 MZ…극단적 자제
농담 등 적당선 지킬땐 경직 해소

/양다솔



/사진 제공=양다솔


“요새 저희 세대 사이에서 무해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보니 서로가 경직돼 있는 것 같아요. 무례나 민폐가 아닌 이상 서로에 대해 적당한 실례는 해볼 만한 게 아닐까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양다솔 작가가 산문집 ‘적당한 실례’로 돌아왔다. 20일 양 작가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사회와 관계의 경직성을 해소할 방법으로 적당한 실례를 언급했다.


이야기꾼으로 침묵을 깨는 역할을 맡는 그는 사람들이 실례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극도로 경직돼 있는 것을 안타깝게 봤다. 그는 “직업, 결혼 등 기성 세대가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질문들 자체가 대답을 할 수도 없고 스스로도 고민이 되는 문제”라며 “무례한 질문들에 젊은 세대들이 지쳐 있다 보니 타인에게 극단적으로 질문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출신지, 학교, 결혼 여부 등 상대가 불편할 수 있는 질문들을 다 피하다 보니 남은 질문은 ‘이 쿠키 좋아하세요’ ‘이 노래 좋아하세요’ 등 피상적인 수준이라는 것. 그에게는 기성 세대가 새로운 질문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만큼이나 젊은 세대들이 경직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택한 것은 적당한 실례를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양 작가는 “무해한 관계라는 건 환상일 뿐 어떤 관계도 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흔쾌하게 드는 짐과 마지못해 드는 짐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관계란 서로에게 너그럽게 ‘저에게 실례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가수 요조와의 관계도 처음에는 흑역사로 시작됐다. 요조의 팬이라고 메일을 쓰면서 ‘이 정도로’라는 노래를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요조가 낸 곡 중에 ‘이 정도로’는 없었던 것. 이후 2022년 요조는 ‘이 정도로’라는 곡을 내면서 양 작가에게 작사 크레딧을 헌사했다. 그는 “완벽한 실례였지만 상대가 너그럽게 받아주면서 우리의 관계가 깊어진 사건이었다”며 “상호 협의 하에 서로가 서로에게 실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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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너스레 역시 윤활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사가 회식에서 술을 강요한다든가 퇴근 직전에 일을 맡길 때 바로 이야기를 하고 쌓았다가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제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상대가 당황하지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단 정색보다는 농담을 섞어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가 지향하는 농담은 이야기가 있고 웃고 나서 어떤 잔영이 남는 농담이다. 특히 피해야 할 농담으로는 웃기는 데 급급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농담이다.


어릴 때부터 행자 생활을 하는 등 남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 양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은 질문의 대상이 됐다. 그는 “우리 사회는 조금만 달라도 질문한다”며 “말투, 태도, 성격 등 이상화되는 것의 기준이 명확하고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자신을 검열하다 보니 그와 달랐을 때 질문을 서슴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건 꼭 기성 세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질문 세례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잘 답변해보고 싶어졌다. 타인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유를 찾다 보니 나만의 내러티브가 생겼다는 것.


그는 지금도 실례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헛소리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는 지금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것을 뱉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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