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조카의 난' 또 무산…자사주는 50% 소각

박철완측 주주제안 주총서 부결
금호석화 안건 찬성률 70% 넘겨
4년간 이어진 대결서 세번째 敗
자사주 소각 이끌어 일부 성과
"기업가치 개선엔 도움" 평가도

박철완 전 금호석유(011780)화학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일으킨 세 번째 ‘조카의 난’이 또 패배로 돌아갔다. 박 전 상무 측은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에 편승해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주주 제안을 내놨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20%대 지지를 받으며 완패했다.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사회가 자사주 처분·소각에 대한 주요 사항 결의) △사외이사 선임 건(감사위원 최도성 한동대 총장,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채택했다. 이들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제출한 안건으로 찬성률은 정관 일부 변경안(74.6%)과 사외이사 선임(76.1%) 모두 과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박 전 상무로부터 의결권을 위임 받은 차파트너스의 주주 제안 3건은 모두 부결됐다. 차파트너스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사회 없이 주총 의결만으로 자사주 소각 가능) △자사주 약 525만 주(지분율 18.4%, 7400억 원) 내년까지 전량 소각 △사외이사 선임 건(감사위원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주주 제안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회사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과도하게 보유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전 상무 측의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른바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박 전 상무 측의 주주 제안에 반대 의견을 낸 데다 21일에는 2대 주주(지분율 9.08%)인 국민연금까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2021년(본인의 사내이사 선임)과 2022년(이익 배당,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잇따라 숙부인 박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박 회장 등 현 경영진(15.89%) 대비 박 전 상무 측(특수관계인 포함 10.88%)의 낮은 지분율 등으로 표 대결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박 전 상무는 이후 해임됐고 2023년 주총에서는 별도 제안을 하지 않았다가 올해는 차파트너스에 주주 권리를 위임하면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로 전략을 바꿨지만 또 패배했다.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백종훈(가운데)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호석유화학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박 전 상무 측이 비록 표 대결에서는 졌지만 회사 측의 자사주 50% 소각 계획을 이끌어냄으로써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 주주 제안 이후 3월 초 기존 보유 자사주의 절반인 262만 4000여 주를 2026년까지 분할 소각하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자사주 500억 원을 추가 취득해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 공시 후 키움증권은 금호석유의 목표 주가를 19만 4000원으로 기존(18만 8000원) 대비 3.4% 상향하기도 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3년 동안 자사주의 절반을 매각하게 된 점은 기업가치 개선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이슈”라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호석유화학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에 불과하다.


한편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위임 현황 파악에 시간이 지체되며 10시 10분에서야 회의가 열렸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과 주총 의장을 맡은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본부장이 사측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최 후보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백 대표가 “지금 최 후보자를 네거티브하는가, 간단히 얘기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본부장이 박 회장 문제를 거론하자 백 대표는 “주총장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건가”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 제공=금호석유화학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