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태워도 덜 유해하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오해와 진실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 /사진=지구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옥수수계 플라스틱(PLA), 미생물계 플라스틱(PHA)... 모두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과연 이 수많은, 어려운 이름의 친환경 플라스틱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진짜 친환경적일까 늘 궁금했는데요. 이 분을 만나 그간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고 왔어요. 바로 황성연(사진)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님입니다. 황 교수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을 역임하며 바이오 플라스틱 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분으로 지금도 국회나 정부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관련 토론회나 학회가 열리면 언제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전문가입니다. 황 교수님께 직접 물어본 친환경 플라스틱 완벽 해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중에 진짜 친환경 플라스틱은 누구?


플라스틱의 종류. /제공=황성연 교수

플라스틱 분류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원료가 석유계인지 자연계(바이오)인지 그리고 분해되는지 분해되지 않는지. 원료가 무엇인지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테니, 생분해 여부에 대해서만 조금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생분해 여부는 분자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석유계 플라스틱은 분자들끼리 아주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요. 그래서 힘이 약한 미생물들이 그 단단한 결합을 끊어내려면 50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 그렇다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뭐가 다르기에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걸까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분자들 사이 사이에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느슨한 고리'가 하나씩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미생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빠르게 생분해가 가능한 거죠.


자 그럼 위 표를 한 번 보겠습니다. 이 중에 친환경 플라스틱은 무엇일까요. 사실 석유 원료로 만든, 분해가 되지 않는 '찐 플라스틱'을 제외하면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즉 위 표에서 박스 안 항목들이 친환경 플라스틱인 거죠. 오늘은 이 중에서도 제품화가 비교적 많이 이뤄진 바이오계 플라스틱(녹색 박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알아볼게요.


먼저 생분해성 플라스틱입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옥수수, 쌀, 감자,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이나 당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PLA, PHA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질기고 강한 셀룰로오스, 섬유소, 키틴 등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들도 개발되고 있답니다. 자연계 소재를 사용했고 생분해도 되기에 친환경에 가장 가까운 소재라고 할 수 있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생분해를 위해서는 온도와 습도 등 분해 조건이 갖춰져야 하고 별도의 처리 시설이 필요합니다. 별도의 시설이 없으면 자연 환경에선 분해가 안되냐고요? 그렇진 않습니다. 자연 환경에서도 분해가 됩니다. 물론 전문 시설에서 하는 것보다는 분해 속도가 느립니다.


다음은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입니다. 바이오 매스 플라스틱이라고도 하는데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달리 고분자 형태로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원료만 다를 뿐 화학적으로 구조가 동일합니다. 구조가 똑같으니 당연히 생분해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석유계 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학적 구조가 일반 플라스틱과 같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친환경 플라스틱 태우면 덜 유해하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얽힌 오해와 진실. 친환경 플라스틱을 태우면 유해물질이 덜 나올까? 정답은 X. 황 교수님은 “원료가 다르다고 해도 화학적으로는 같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태울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똑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된 사후 처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온, 높은 습도 등의 조건이 없이, 자연 환경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 불가능한 이야길까요? 정답은 X! 교수님의 답변에 따르면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지만 너무 쉽게 분해돼서(=내구성이 약해서)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상용화가 안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끝으로 가장 궁금했던 질문.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별도로 처리할 시설이 없는 지금 상황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확대하는 것이 맞을까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그냥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게 아니잖아요. 온습도 등 조건을 맞춰줘야 하죠. 현재 국내에선 생분해성 플라스틱만 따로 처리할 시설이 없기 때문에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그냥 묻히는 실정이고요. 그래서 환경부에선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중단하겠다고 한 바 있죠.


이에 대해 교수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분해 플라스틱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플라스틱은 너무 많이 만들어서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안쓸 수도 없죠. 그렇다면 이것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시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순식간에 분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500년 걸릴 것이 10년 걸린다면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성 평가는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해보고 훗날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환경부는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관련 업계는 현재 고사하고 있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과 활성화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됐죠."


그린워싱 플라스틱에 속지 않는 법

답답한 상황이지만 지금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건 뭐 없을까요? 교수님은 제대로된 친환경 플라스틱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교수님은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홍보 문구를 써놓고 실제로는 극소량의 친환경 플라스틱을 섞어 파는 그린워싱이 적지 않다"며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할 때에는 반드시 뒷면에 적힌 친환경 플라스틱의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요.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친환경과 상관없는 플라스틱도 있다. 바로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Oxo-biodegradable plastics)"이라며 "기존 플라스틱에 산화 분해제와 분해 촉진제 등을 첨가해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홍보하는데 이는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유럽에서는 금지 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그린워싱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어요. 물론 친환경을 떠나 불필요한 물건 구매는 최소화하는 것이 전제라는 건 당연히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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