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 3가지 (feat.젠슨 황)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삼성전자 HBM 사업에 대해 포착된 3가지 긍정적인 신호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서두는 짧게 하고 이번주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진 한 장과 함께 바로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출발하겠습니다.


◇"Jensen Approved."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12단 HBM3E에 남긴 친필 서명과 글귀. 사진출처=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지난 21일(현지 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글씨가 국내 반도체 업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젠슨이 승인했다."


그는 엔비디아 최대 개발자 회의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12단 5세대 HBM(HBM3E)에 친필 사인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일각에서는 젠슨의 방문과 서명이 GTC 2024를 큰 규모로 후원한 파트너사인 삼성전자에 보내는 '리스펙' 수준의 글귀일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요.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700조 원)를 움직이는 CEO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시장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CEO, 그것도 한 시대를 주름 잡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 수장의 한 마디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움직임 하나, 목소리와 기록 하나에도 큰 메시지를 담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인', 그것도 삼성 부스에 전시된 CXL, 각종 메모리 모듈 등 여러 반도체 제품을 제껴두고 하필 HBM3E 12단 위에, 그것도 ‘Approved'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글귀를 남긴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게다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삼성 HBM에 대한 질문에는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죠.


공교롭게도 젠슨 황이 보여준 움직임은요. 제가 수 개월 동안 취재하며 들었던 삼성전자가 내심 품고 있는 기대감과도 맞물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개발 완료를 알린 12단 HBM3E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들이 공개한 12단 HBM3E를 보면, 칩과 칩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비전도성접착필름(NCF) 두께를 7마이크로미터(㎛)로 낮춰서 전체 720㎛ 두께 규격을 맞추기도 했고요. 범프 특성, 불량을 최소화한 NCF의 성능은 물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죠.


무엇보다도 이 12단 HBM3E 프로젝트와 함께 말이죠. 12단, 16단 등으로 단수가 높아질 수록 자신들이 결정하고 밀기로 한 공정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가지고 있습니다.




TC-NCF 본딩 방식은 HBM용 D램을 결합하기 위해 열과 압력이 가해지는 공법입니다. 열이 가해지더라도, 마치 다림질 하는 것처럼 D램이 빳빳하게 다려지기 때문에 고단층 HBM의 가장 큰 문제인 '워피지(휨)'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의 논리죠. 라이벌 SK하이닉스가 HBM2E부터 도입한 다양한 방향에서 열을 가해 D램들을 결합시키는 MR-MUF 공정보다 열로 인한 휨 현상이 훨씬 낫다는 설명인 셈입니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TC-NCF 기술로 양산을 시작한 4세대 HBM(HBM3) 제품에서도 고층군에 속하는 12단 제품 생산 경험과 납품 사례에서도 많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도 파악됩니다.


아직 12단 HBM3E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려면 적어도 내년은 돼야 합니다. 또한 8단 HBM3E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엔비디아의 GPU는 일러도 올 연말께 나오죠. 경쟁사보다 약간 늦었더라도, 아직 삼성에 만회할 시간은 남아있습니다.


젠슨 황의 12단 HBM3E "Approved", 연초 발표한 TC-NCF의 공정에 대한 자신감을 업고 올해 '진짜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무언가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AMD GPU에도삼성 HBM3 탑재된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HBM 사업이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의 자료 변화를 볼 만 합니다. 우선 시장 점유율입니다.



자료출처=트렌드포스

지난해 6월 트렌드포스가 낸 지난해 HBM 점유율 전망치와 2개월 뒤인 8월에 발표한 점유율 전망치를 보면 소폭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2023년 HBM 시장 점유율 전망치를 38%로 예상했다면, 8월에는 SK하이닉스와 대등한 46~49%, 올해는 47~49% 수준으로 조정했습니다. 약 10%포인트 가까이 올린거죠.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 외 GPU 또는 AI 반도체 업체들의 영향력까지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물론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업계에서 미치는 힘은 대단합니다. 세계 AI 칩 시장의 50%에서 크게는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젠슨 황의 AI 칩 경쟁자는 팻 겔싱어 인텔 CEO, 리사 수 AMD CEO라는 기라성같은 인물들도 있고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등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회사(CSP)들은 자체 AI 칩 개발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텐스토렌트, 그로크 같은 AI 칩 스타트업들도 기술에 대한 야망이 대단하죠. 당연히 이들도 HBM에 관심 없을 수는 없고, 한 회사 위주로 돌아가는 이른바 '솔(sole) 벤더'는 칩 설계자 입장에선 불안 요인입니다. 삼성과 협력의 끈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생각보다 HBM 시장 고객은 다변화됐다는 얘기로 귀결되죠.


실제 이번 달 트렌드포스는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가 AMD GPU에 활용되는 HBM3 인증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요. 지난해 8월 점유율 자료를 낼 당시에는 "엔비디아 외 서비스 클라우드 업체들(CSP)에게 HBM 주문을 받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엔비디아 외 세계 곳곳의 AI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의 첨단·범용 HBM을 선택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이 되는데요. 여기서 파생되는 매출과 기술 경쟁력이 삼성전자 HBM 사업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도 이를 수 있습니다.


◇HBM ‘캐파’가 올라간다





또 트렌드포스 자료를 가져와보겠습니다. 생산 능력에 관한 자료인데요. 올해 말이 되면 삼성전자가 월 13만장 웨이퍼 수준의 HBM을 생산하기로 했죠.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을 소폭 앞지르는 수준입니다.


올 1월 삼성전자는 HBM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2.5배 이상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첨단 패키징 라인이 모여있는 천안 사업장 위주로 증설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HBM 본딩 장비 기업 신카와 등에서 들인 장비가 지난 연말부터 빠르게 설치되고 있다고 하죠.



HBM 시장 규모와 비트당 판가 하락세. 자료출처=욜그룹

이렇게 삼성을 포함한 D램 회사들이 적극적인 증설을 하면서 HBM 출하량이 늘리면 매출도 매년 증가하지만요. 결국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건 '비트 당 판매 가격 감소'입니다. 기술이 성숙하는 것은 물론 공급량도 크게 늘어나게 되니까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도 "현재 HBM의 가격 프리미엄은 범용 D램 대비 6배 이상으로 형성돼 있지만, 2028년이면 3배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삼성전자가 D램 사업에서 1등을 유지할 수 있었던 큰 비결은 생산성이죠. 업계에서 "똑같은 제품을 10원이라도 더 적게 들여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는 도가 텄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인데요. 수년 내에 풍부한 자본과 생산능력, 생산 기술 노하우를 토대로 HBM의 가격 프리미엄을 경쟁사보다 더 오랫동안 끌고 가서 리더십을 쥘 수 있을 지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삼성전자의 HBM. 2019년 HBM 개발 인력 해체,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급격히 무너진 경쟁력과 이를 시사하는 데이터·결과물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비판했죠.


그럼에도 최근에 조금씩 시장에 스며드는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면, 적어도 삼성전자는 지금 'HBM에 진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 HBM 업계의 판도를 주의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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