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갇힌 권도형, 한국 소환 원점

▶ 출소 후 외국인수용소로 이송
몬테네그로 고법 한국행 결정에
대검 불복하며 하루새 상황반전
송환국가 결정권 대법에 넘어가
현지 검찰에 美입김 작용 해석도

지난해 5월 11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에서 권도형씨가 경찰에 이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23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외곽에 위치한 스푸즈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가 곧바로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됐다. 몬테테그로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한국 송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재차 착수한 데 따른 것이다. 권씨에 대한 한국 송환이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권씨는 이날 스푸즈 교도서에서 출소해 경찰청으로 호송됐다. 이후 조사를 받고,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지난 20일 한국 송환을 확정하면서, 출소와 동시에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지 대검찰청이 불복해 ‘대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법원의 결정을 변경하는 판결을 내달라’고 21일 요청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대법원이 하루 만인 22일 대검 요청을 받아들여 권씨 한국 송환을 잠정 보류하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출소 후 해외 출국을 막기 위해 권씨의 유효한 여권을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한국 송환 여부 결정이 다시 출발선으로 되돌아오면서 권씨는 외국인수용소에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권씨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의뢰인(권도형)은 오늘 출소 후 한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자유롭게 지냈어야 했지만, 경찰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불법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며 “법원이 여권을 빼앗는 조처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이틀간 대검의 행동(적법성 판단 요청)과 그에 대한 대법원의 발 빠른 조치까지 모든 게 불법적”이라며 “오늘 그 불법적인 결정에 따라 권도형은 외국인수용소에 수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권씨 신병이 한국·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될 지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는 점이다. 권씨가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아랍에미리트(UAS)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된 건 지난해 3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개월 동안의 해외 도주극에 마침표를 찍은 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가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인도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적법성 판단 결정 기한을 밝히지 않는 만큼 최종 결과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권씨 신병을 인도할 국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뀌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결국 재차 대법원의 법리 검토를 거치고 있는 만큼 결과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애초 미국행이 결정될 당시 잠자코 있던 현지 검찰이 인도국이 한국으로 바뀌자 불복 절차를 밟은 점에서 몬테네그로 법무부가 권씨의 미국 인도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지 검찰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배경에 권씨의 송환 입장을 재확인해온 미국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12월 밀로비치 장관이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 대사에게 권씨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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