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동의 하에 자동 녹음 기능이 있는 홈캠(가정용 촬영 기기)으로 배우자와 시댁 식구들 사이 대화를 녹음해 듣고, 제3자에게 이야기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 모 씨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20년 5월 자택 거실에서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가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고 그 내용을 누설해 기소됐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고, 그에 따라 알게 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홈캠의 자동 녹음 기능으로 대화가 녹음된 것을 근거로 “어떠한 작위로서 녹음 행위를 했다고 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도 검찰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은 대화 자체를 청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 “(녹음물 재생을) 청취에 포함하는 해석은 청취를 녹음과 별도 행위 유형으로 규율하는 조항에 비춰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혀 금지·처벌 대상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최 씨는 남편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위치정보법을 위반해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선고가 유예됐다. 위치정보법 위반죄는 상고심에서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