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사랑방’으로 거듭나는 우체국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충남 예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예산시장은 오랜 세월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의 인구 감소, 시설 노후화 등으로 최근에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예산시장의 침체를 막고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역 상인들과 예산군이 적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역 전통시장의 침체라는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게 침체기를 겪던 예산시장이 얼마 전부터 매주 많게는 수만 명이 찾는 등 충남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지역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덕이 크다. 옛 건물 일부는 재활용해 전통을 살리고 필요한 부분은 현대화해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에 전국 관광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산 지역의 관광산업과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 언론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약 300만 명이 예산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주도의 전통시장 성공 사례가 예산시장이라면 공공 주도의 도시재생 성공 사례는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월화거리는 강릉시 도심을 관통하던 철로를 재생해 만든 산책로다. 이곳은 강릉·원주 고속철도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면서 기존 철로를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복원했다. 폐철로에 녹지와 광장을 조성하고 거리 곳곳에 구간별 특색을 반영한 아름다운 조형물이 설치된 2.6㎞의 산책로에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포토존’은 연인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무엇보다도 쇠퇴하던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해소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전국의 노후 우체국도 지역 특색을 반영해 새롭게 변신 중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대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읍·면 단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하다. 강원도 양양군 죽도해변 인근에 위치한 현남우체국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이 ‘서핑 성지’라는 특색을 담아 서퍼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우체국 외관에 넣었다. 완공 이후 ‘서핑우체국’으로 불리며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또 카페형 건물로 조성된 부산송도우체국, 등대 조형물이 설치된 강원주문진우체국, ‘나로호’ 캐릭터를 세운 고흥풍양우체국 등 과거 획일적으로 건축된 빨간 벽돌의 우체국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곳 일부에는 장애인·노인돌봄시설, 창업지원센터가 함께 조성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노후된 전국 400여 곳의 우체국은 2027년까지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특색을 반영해 재건축될 예정이다.


성공적인 지역 개발과 도시재생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우체국은 노후시설을 참신하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재건축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려 한다. 국가기관의 정체성을 지키며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특색과 문화, 주민의 수요를 폭넓게 담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