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도지구 규제 푼 서울시, ‘건축물 높이 제한’ 경관지구도 완화한다

상반기 중 관련 용역 발주 계획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것들 정비해야"
방화지구 등 여타 용도지구 개편도 나서


지난해 ‘신고도지구구상(안)’을 발표하며 서울 내 고도지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서울시가 이번에는 새로운 경관지구 구상 마련에 착수했다. 건축물의 높이와 층수를 제한하고 있는 경관지구가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이로 인해 개발에 제한을 받는 지역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가 경관지구 해제에 나설 경우 그간 낮은 사업성으로 개발을 추진하지 못해왔던 지역들이 대거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 상반기 중 경관지구 개편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관지구 개편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해 지형도면 등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에 용역을 발주하려 한다”며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경관지구로 인해 불편한 것들이나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것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관지구는 경관의 보전·관리 및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데 △산지·구릉지 등 자연경관을 보호·유지하는 ‘자연경관지구’ △시가지의 경관을 보호·유지·형성하는 ‘시가지경관지구’ △수변이나 문화적 보존가치가 큰 건축물 주변 등의 특별한 경관 보호·유지·형성하는 ‘특화경관지구’ 등으로 나뉜다. 2022년 기준 종로구의 경관지구 면적이 383만 1214㎡로 가장 많으며, 성북구(318만 1954㎡), 서대문구(160만 2861㎡), 중구(127만 3993㎡) 등의 순이다. 이 때문에 종로구는 이미 지난해 6월 자연경관지구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체적으로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는 올 6월 나올 예정이다.


시가 경관지구 개편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고도지구를 개편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시는 지난해 국회의사당과 남산·북한산 주변과 같은 고도지구 8개소를 해제 및 완화하는 등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신고도지구구상(안)’을 발표했다. 고도지구로 인해 주거환경 개선이 지연되고 주변과의 개발 격차가 심화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취지였다.


시가 경관지구 해제나 규제 완화에 나설 경우 경관지구에 속한다는 이유로 개발에 제약을 받아왔던 낙후 지역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도시계획조례는 경관지구에서의 건축을 제한하고 있는데, 자연경관지구의 경우 건축물의 높이가 3층·12m 이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 높이를 올릴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5층·20m 이하가 최대다. 이 때문에 자연경관지구에 포함된 일부 지역들은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동력을 얻지 못했다.


대표적인 곳이 1985년에 지어진 서대문구 연희동 동진빌라(9개동, 192세대)다. 동진빌라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아 재건축 추진이 확정됐지만, 이 일대가 자연경관지구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는 자연경관지구 해제를 가정한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경험이 있는 용역 업체가 드물어 업체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2022년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된 종로구 구기동 100-48번지 일대도 자연경관지구와 고도지구 등의 규제로 인한 사업성 문제로 아직까지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이 곳은 사업지 면적 중 70~80%가 자연경관지구, 나머지가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윤종복 서울시의원은 "경관지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주민 분담금이 너무 커져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한다"며 "사업성이 낮아 관심을 보이는 시공사도 사실상 전무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지역이 자연경관지구에서 해제되더라도 용도지역에 따른 규제는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용도지역은 종상향이 비교적 쉬워 사업성이 올라갈 여지가 크다. 지난해 신고도지구구상(안) 발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동안 일률적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바람에 굳이 규제를 하지 않아도 될 지역까지 규제 대상이 된 측면이 있다"며 해당 지역들을 선별해 규제를 풀었다고 밝힌 만큼, 경관지구도 같은 맥락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경관지구를 넘어 여타 용도지구 재정비를 위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방화지구다. 방화지구는 목조건물이 많던 1960년대에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물에 대한 내화구조 등을 의무화하기 위해 지정되기 시작했는데, 목조건물이 대부분 사라진데다 화재와 관련된 건축법은 물론 소방기본법이 강화된 현 시점에서는 실효성을 상실한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고도지구나 경관지구, 방화지구 등의 용도지구들이 대체로 1970~1980년대에 만들어져 현재는 대부분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지난해 발표한 신고도지구구상(안)이 약 3년 간의 준비를 통해 나온 만큼 여타 용도지구에 대한 이번 검토도 최종결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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