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오키나와 피란소


2022년 8월 4일,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발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졌다.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군사훈련을 벌인 중국군의 미사일이 일본 최서단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에서 불과 60㎞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온 것이다. 전례 없던 이 사건을 계기로 대만에 근접한 오키나와 남서부 섬들(사키시마제도)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전쟁을 염두에 둔 대비에 돌입했다. 일본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명분으로 지난해 대만에서 약 260㎞ 거리의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 기지를 개설하고 이달 21일 오키나와 본섬에 첫 지대함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등 방위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민 대피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요나구니·이시가키 등의 섬에 주민들이 2주간 대피할 수 있는 지하 피란소를 정비하기로 했다. 3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외벽과 1인당 하루 3ℓ씩 제공할 수 있는 대량의 음료수까지 갖춘 ‘특정 임시 피란 시설’이다. 일본 전국에는 1591곳의 지하 대피소가 있지만 사키시마제도에는 단 한 곳밖에 지하 시설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피란소 추가 설치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일본의 행보를 유난스럽다고 볼 수만은 없다. 중국은 2016년 5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한 뒤로 대만과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고강도 군사 압박을 이어왔다. 5월에 출범할 민진당의 라이칭더 정부도 친미·독립 성향이어서 양안 관계는 날로 험악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 대만 통일을 시도할 것이라는 대만 침공설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양안 갈등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함께 동북아시아 정세의 중대 변수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서는 “대만해협이 우리와 상관없다”는 상식 밖의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며 무책임하고 굴욕적인 안보관을 드러냈다. 양안 문제는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다. 우리도 유사시에 대비해 치밀한 외교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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