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의 수가 4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에 의뢰해 작성한 '주주행동주의 부상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 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비해 9.6배 증가했다. 영국 런던 소재 글로벌 기업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결과다.
행동주의 펀드는 타깃 기업의 소수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진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주주를 설득하거나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과 적대관계를 형성한다.
보고서는 최근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작년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행동주의 펀드 공격은 총 214건으로 지난 2022년(184건)보다 1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는 9.6% 증가하고, 유럽은 7.4%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행동주의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과 한국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 됐다. 작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일본의 기업 수는 103개사로 2019년 68개사 대비 1.5배 늘었다. 한국 기업 수 역시 2019년 8개사에서 작년 77개사로 8.6배 늘었다. 글로벌 피공격 기업 순위에서도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또한 보고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스와밍'(하나 이상의 행동주의 펀드가 타깃 기업을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 전략을 펼치면서 기업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발생한 스와밍 사례는 2020년 7건에서 2021년 9건, 2022년 17건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월트 디즈니는 서드 포인트, 트라이언 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공격을 받아 지난 2022년 서드 포인트 측 인사 1명의 이사회 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 외에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자본시장은 참여자의 자율성보다 정부의 규제가 강하고,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도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