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구 모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알리익스프레스 앱에 접속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처음 알리에서 구매할 때는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하는 등의 절차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계모임에서 지인들에게 방법을 알려줄 정도다. 구 씨는 “싼 물건들이 하도 많으니 알리에서 쇼핑하는 게 낙이 됐다”며 “낚시용품을 주로 사는데 릴 낚시대가 만 원도 안 하니 말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아재들’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중국 e-커머스 플랫폼에서 60대 이상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층만큼 증가폭이 크지는 않지만 10대 이하 매출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서 쇼핑하는 연령층이 확대되자 K-e커머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26일 BC카드에 따르면 BC카드 이용자 가운데 60대의 지난달 알리·테무 매출은 전년 10월 대비 2.4배로 증가했다. 관련 데이터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매출을 100으로 놓았을 때 240으로 늘어난 것이다. 증가율로 따지면 140%다. 같은 기간 70대 이상 매출 증가율은 150%, 10대 이하 매출 증가율은 108%에 달했다. 모두 2배 이상으로 수직상승한 셈이다. 알리·테무가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이 기간 20~50대 매출도 늘기는 했지만 증가율은 6070세대나 10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BC카드 이용자의 전체 알리·테무 매출에서 60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10월 11.8%에서 지난달 15.8%로 확대됐다. 이 기간 70대 이상은 2.1%에서 2.9%, 10대 이하는 0.7%에서 0.8%로, 50대는 28.2%에서 31.2%로 늘어났다. 반면 20대, 30대, 40대의 매출 비율은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작년 10월 매출 비중이 33.6%로 가장 컸던 40대의 경우 올해 2월 28.0%로 쪼그라들면서 매출 비중 1위 자리를 50대에 내줬다. 50대는 28.2%에서 31.2%로 비중이 커졌다.
C커머스가 국내에서 저변을 확대하자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 및 입력 등 까다로운 구매 절차가 일종의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가 10대 이하 연령층이 알리·테무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국내 e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도 중학생 등 10대 자녀가 자전거 용품이나 옷 등을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알리에서 구매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제일 걱정했던 것이 알리·테무에서 제품을 사는 습관을 이용자가 갖게 되는 것이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