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6월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 주도로 의회를 통과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서명했다. 대공황으로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가 타격을 입자 2만여 개의 수입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경쟁국들이 보복관세·수입제한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국제무역이 위축되고 세계경제가 큰 피해를 입었다.
스무트·홀리법은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주요국 경제난과 국가 간 갈등 심화의 여파로 나치 파시즘 같은 극단주의가 득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뼈아픈 교훈은 글로벌 무역자유화로 이어졌다. 서방국들은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결을 시작으로 ‘우루과이라운드’ 등 무역자유화와 규범 협상을 지속적으로 시도했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스무트·홀리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국가 안보를 이유로 스무트·홀리법과 비슷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를 부활시켜 중국산 제품 수천 개와 유럽산 철강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수출 쿼터를 제한해야 했다. 트럼프는 재당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 행정부가 중국 등 경쟁국만 제재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검토할 때 한국은 안보 관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이유로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하는 한편 한미 우호 관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