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참사로 사망자가 약 140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피의자들이 심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눈에 멍이 들고, 귀가 잘려 붕대를 덮은 모습이 공개돼 많은 이들의 시선을 꾼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테러 혐의자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4명의 테러 피의자가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에 출두할 때 얼굴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멍이 들어있던 장면을 주목했다. 특히 이들은 유리로 외부에 다 공개되는 좁은 공간 안에서 카메라 셔터를 받았다. 러시아 사법 당국이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온라인 공간에서 피의자들이 고문 받는 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촉발시켰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소셜네트워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러시아군이 피의자들을 발로 차고 총으로 내려 치는 모습이 나온다. 전기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하는 장면도 있다. 성고문, 귀 절단 등과 같은 잔혹한 고문도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의 마르가리타 시몬얀 편집장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그들이 법정에 가는 모습을 보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이를 러시아 당국이 의도적 공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을 대면한 복수이자 잠재적인 테러범을 향한 경고를 의도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럽·중앙아시아 담당 부국장인 타냐 록시나는 “고문 영상은 우연히 유출된 것이 아니라 러시아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자들에게 그들도 같은 식으로 당할 것임을 경고하기 위해 공유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고문방지위원회의 올가 사도프스카야는 “영상을 유포하려는 의도는 두 가지”라면서 “다른 테러 공격을 계획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이번 테러 공격으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가 있다는 것을 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 고문 장면이 공개되는 건 러시아에서 폭력이 일반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많다. 러시아의 인권 변호사인 드미트리 자흐바토프는 SNS에서 “이제 모든 용의자에 대한 고문은 허용된다”면서 “이전에는 고문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승인된 직원이 카메라를 통해 공개적으로 고문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친정부 언론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감전으로 고문을 당하고 귀를 자르면 아무도 이것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