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에만 55조 '구광모의 속도전'…"ABC 육성·고부가 생산 핵심기지로"

■LG, 5년간 100조 투자
전체 투자액의 65% 국내 배정
미래사업·R&D 투자 비중 높여
배터리·전장·디스플레이도 강화

구광모(오른쪽 두 번째)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그룹

2022년 LG(003550)그룹은 국내에만 106조 원을 2026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43조 원은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냈다. LG그룹이 27일 발표한 100조 원 투자는 당시의 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성장 분야와 연구개발(R&D)에 더 방점을 찍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운 AI·바이오·클린테크(ABC)의 투자 비중을 더 높였다. 그러면서 국내 사업장을 R&D와 생산의 핵심 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구 회장은 이날 권봉석 ㈜LG 부회장이 대독한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주력 사업은 전후방 산업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사업 전반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내는 단단한 사업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이 발표한 2024~2028년 중장기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ABC와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 육성에 방점이 찍혔다.


투자액 중 55%는 R&D에 투입하며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건설 등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AI 분야에서는 LG AI 연구원과 초거대AI 엑사원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아우르는 과제 해결과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등을 망라한 친환경·고부가 신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향후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총 투자액 중 상당한 비중을 한국에 쏟는 것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대응 등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게 되더라도 고부가 핵심 기지로서 국내 사업장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결정에는 구 회장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의지가 담겼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AI·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등을 방문해 ABC 사업 준비 현황과 육성 전략을 점검하며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LG가 노벨상 수상자만 20명을 배출한 세계적 유전체 연구기관인 미국 잭슨랩과 손잡고 LG의 AI 기술과 잭슨랩의 유전체 연구 노하우를 결합해 알츠하이머·암 등의 치료법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도 구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새로운 성장 동력에 집중할 수 있는 사업적·재무적 여력을 갖추기 위해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LG화학 편광판 사업 등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매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5건의 의안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LG는 보통주 1주당 3100원, 우선주 1주당 315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또 배당 기준일(사업연도 말) 이후 배당액이 확정되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게 됐다. 이사 보수 한도는 지난해 180억 원에서 올해 170억 원으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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