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삼성전자와 인텔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과 잇따라 동맹을 맺고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빅테크들과 AI반도체 및 AI 반도체 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는가 하면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를 개발해 공개하는 등 지금껏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외 주요 기업과 잇따라 협력 관계를 맺으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인텔과 네이버는 다음 달 AI 반도체 플랫폼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텔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 ‘가우디’를 위한 플랫폼 구축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인텔이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은 엔비디아 위주의 AI 개발 생태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400만 명의 개발자들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쿠다'에 의존해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IT업계 임원은 "쿠다 위주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꿀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우디가 AI 학습과 추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네이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도 2022년 12월부터 AI 가속기 ‘마하1’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LLM을 굉장히 초기부터 고민해왔기 때문에 효율화에 대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올해 ‘마하1’의 안정성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이 네이버와 잇따라 손을 잡은 것은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면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AI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네이버는 매년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했으며 최근 5년 간 1조 원 이상을 AI 분야에 투자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반도체 기업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빅테크들이 고민하고 있는 AI 안전성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AI 신뢰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AI 개발이 가능한 생태계를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AI 안전성 연구 조직(퓨처AI센터)을 신설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네이버는 최근 다양한 LLM모델이 한국에서 신뢰할만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셋도 개발했다. 네이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협업해 AI 성능 평가 데이터셋인 ‘코넷(KorNAT)’을 개발하고 최근 관련 연구 결과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LLM과 한국과의 국가 얼라이먼트(정렬)를 측정한 최초의 벤치마크로, 네이버에서는 퓨처AI센터 소속인 이화란 리더가 개발에 참여했다. LLM 모델들이 얼마나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신뢰성 있는 답변을 제공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한 게 코넷의 핵심이다.
논문에 따르면 신뢰성 있는 답변을 받으려면 LLM 사용 국가의 문화와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정되는 과정인 ‘국가 얼라이먼트’를 거쳐야 한다. 코넷은 LLM 모델이 국가와 관련된 사회적 가치와 기본 지식을 잘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