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문화재와 국립공원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2015년 5월 북한산국립공원 직원이 지역을 순찰하던 중 큰 바위를 살펴보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위에 옷 주름같이 생긴 문양이 살짝 드러난 것이다. 이 직원은 이를 관할 시청에 신고했고 매장문화재 발견 규정에 따라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 고려 초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었다. 2020년 국민에게 공개된 석불입상은 불신과 불두가 분리된 형태였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특히 북한산 일대에 현존하는 불상 가운데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판명돼 학술 가치도 높은 것으로 인정받았다.


전국 국립공원에는 이같이 조상의 숨결과 장인의 혼이 담긴 다양한 문화재가 발견된다. 계룡산 계룡산성, 경주 토함산 황용사지 등이 대표적이다. 계룡산성의 경우 1994년 계룡산국립공원 직원이 발견한 것으로 13세기 고려 시대 축조한 산성이라는 사실이 추후 밝혀졌다. 성터에서 수습된 ‘계룡산 방호별감’이라고 새겨진 명문기와는 대몽 항쟁기에 파견된 방호별감의 실체를 밝혀준 국내 최초의 고고학 자료라 더 의미가 깊다.


공단은 국립공원 내 문화자원 발굴과 더불어 문화재 보수와 훼손 예방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매년 2회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화자원의 훼손을 막고 있다. 지난해 국가등록문화재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청산도 상서마을 옛 담장이 집중호우에 훼손된 이후 이를 완도군과 협력해 복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09년에는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자원 모니터링 중 보물로 지정된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의 낙서를 초기에 발견해 추가적인 훼손을 막은 사례도 있다.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문화자원은 계룡산에 위치한 국립공원박물관에 전시해 국민에게 공개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계룡산 방호별감’이 새겨진 기와를 비롯해 공원 내 주민들의 민속자원까지 총 100여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또 다도해 국립공원 등 도서 지역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 결과를 자료집으로 발간해 공원 마을의 전통과 민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올해부터 무등산 등 전국 국립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자원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와 삶의 증거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에 큰 가치를 지닌다. 국립공원은 2428건의 문화자원이 분포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보호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자원을 함께 누리는 공간이다.


우리의 정체성과 역사를 보존해 미래 세대에게도 풍요로운 문화적 유산을 전달할 수 있도록 문화자원에 대한 모두의 관심을 요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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