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식 부자 반열에 올랐다. 트럼프가 세운 소셜미디어 기업 트루스소셜이 증시 데뷔 첫날인 26일 16.1%, 이튿날에는 14.19%가 올라 시가총액이 94억 440만 달러(약 12조 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회사 지분의 약 60%를 소유한 트럼프는 7조 6000억 원의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트럼프의 재산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다. 평생 부동산 개발로 일군 자산보다 2년 만에 회사 하나 상장시켜 번 돈이 많은 셈이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단타 개미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루스소셜에 대한 혹평이 쏟아진다. 이 회사의 지난해 1~9월 매출액은 340만 달러(약 46억 원), 영업적자는 1060만 달러(약 142억 원)였다. 성장성 높은 기업에서 초기 적자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미래는 암울하다. 활성이용자수가 트럼프의 X(옛 트위터) 팔로어보다 적은 500만 명에 불과한 데다 정치 편향성으로 인해 광고주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루스소셜은 투자 설명서에서 “회사가 영속성을 가질지 불투명하다”고 스스로 밝혔다. 미국의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트루스소셜의 주가는 실적이 아닌 트럼프의 인기와 존재감에 연동된다”고 지적했다. ‘10조 원짜리’ 미국판 정치 테마주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조국혁신당의 인기가 치솟자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의 감사가 조국 대표와 미국 로스쿨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최대주주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심지어 바이든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회사 대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혜택을 받을 기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책 대결이 실종된 선거판에서는 정책 테마주 대신 정치인과 인연을 엮어 주가를 띄우는 정치 테마주가 극성을 부린다. 이번 4·10 총선에서 특정 정당과 후보에 마음 둘 곳 없는 유권자들이 잘못된 주식 투자로 돈까지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