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보조금? 소용 없다” 소청과 전공의, 입 열었다

전국 18개 수련병원 사직 소청과 전공의
28일 호소문 “필수의료 살릴 근본대책 필요”

의료대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실 침대에 누운 환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대다수 전공의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 18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28일 호소문을 통해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집하는 대신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실시해 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호소문에는 강북삼성병원·건양대병원·고려대구로병원·대구파티마병원·부산대병원·분당제생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순천향대천안병원·아주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대목동·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을 받다 사직한 전공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국에 150명 남짓 남아있었던 사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라는 소개와 함께 "5년 전만 해도 전체 인원이 840명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던 소아청소년과가 지금은 2000명 정도 증원해야 충원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낙수과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10년 이상 임상경력을 가진 전문의들도 낮은 수가로 인해 진료를 포기하고 상급병원은 적자라는 이유로 전문의 고용을 늘리지 않는 현실, 늘어나는 의료 소송과 신고에 폐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미래를 감수하며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고, 고된 수련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성장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보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낙수과라는 오명과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었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를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의 방임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여기에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소아청소년과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기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사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의료개혁이란 미명 아래 제시한 정책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월 1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시적인 수가 인상 등 검증 없이 쏟아내는 정책들은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의 수를 늘리고 최근 제시한 정책들을 실행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엄청난 건보료 부담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패키지는 고질적인 의료계의 문제들을 지속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정책을 먼저 실행하는 게 맞다는 견해다.


이들은 "2000명 중 일부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돼도 이후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미없는 정책"이라며 "그보다는 숙련된 전문의 유입을 시도하는 게 더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발성 정책 대신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붕괴를 앞둔 필수의료 과들의 특수성에 걸맞은 정책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소생시킬 정책을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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