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여심(女心) 잡은 ‘크롭 패션’ 올해도 인기[똑똑!스마슈머]

'여성용 베이든 크롭 재킷’을 착용한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전소미. 사진 제공=노스페이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1990년대 TV 뉴스 인터뷰에서 당시로선 파격적인 ‘배꼽티’를 입은 한 여성이 전한 이 말은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디 코너까지 탄생시켰을 정도다.


‘크롭티’와 그 보다도 짧은 ‘배꼽티’는 20여 년전의 젊은이들인 ‘X세대’의 개성을 상징했다. 세기말 향락 분위기에 편승한 자극적인 패션으로 치부됐다.


오늘날 소비의 주체로 자리잡은 MZ세대의 크롭 패션은 다르다. 각자의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패션을 넘어,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 스타일에 대한 복고풍 향수를 경험하는 매개체다. 나아가 모습과 상관없이 내 몸을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에이블리는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크롭 스타일의 강세’를 전망했다. 여름 티셔츠부터 겨울 아우터까지 크롭 트렌드가 4계절 내내 유지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크롭 패딩’ 거래액은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티셔츠뿐만 아니라 가디건·자켓·니트·패딩까지 다양한 품목에서 크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세 품목 검색 외에도 ‘크롭’ 키워드 검색 후 카테고리별로 탐색하는 쇼핑 경향까지 나타났다.


크롭 패션의 인기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프코어룩’이나 ‘위크웨어’에까지 영향을 줬다. 과감한 크롭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는 이번 봄 시즌 신제품에 아웃도어 재킷에서는 흔치 않은 크롭 디자인을 과감하게 적용한 바람막이·트러커·블루종 등 을 내놨다. 이 브랜드는 ‘눕시 재킷’에 과감한 크롭 디자인을 적용해 작년에도 숏패딩 열풍을 이끌었다.


대표 제품인 ‘여성용 베이든 크롭 재킷’은 24일 기준 크림·페일핑크·블랙 전 제품의 평균 판매율이 90%를 넘어섰다. 노스페이스 공식 온라인몰을 비롯한 주요 매장에서 일찌감치 품절된 상태다.



'여성용 마운틴 피크 크롭 재킷’을 착용한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이서. 사진 제공=노스페이스

고유의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한 여성용 ‘마운틴 피크 크롭 재킷’과 ‘올레마 크롭 디테쳐블 재킷’ 등 관련 제품 대부분이 좋은 초기 반응을 얻고 있다. 크롭 스타일 제품이 품절되면 큰 사이즈의 남성용 제품을 루즈핏의 고프코어룩으로 연출하는 대체 수요까지 파생되고 있다. 남녀 공용 제품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다.


크롭 패션의 유행은 복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KHUO)는 올 봄 시즌 대표 상품인 ‘브리즈 트위드 재킷’을 출시했다. 브리즈 트위드 재킷은 골반을 살짝 덮는 크롭 기장에 적당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핏을 적용했다. 은은한 글리터나 린넨 중심의 트위드 원단과 실크·니트·데님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 매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미쏘 역시 올해 봄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출시한 크롭 스타일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대표 제품인 ‘블루종 점퍼’는 레이온 혼방의 트윌 조직을 사용하여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했다. 밑단에 이중 밴드로 볼륨 있는 핏을 살려 귀엽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좋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패션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만큼 크롭 스타일을 비롯한 유니크한 아이템들의 인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