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글로벌'…재계의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별세]

네트워크 활용 미·일·중과 교류
한미 FTA 체결 이끈 '숨은 주역'

조석래(왼쪽)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005년 4월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재계 대표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제공=효성

조석래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은 해외 유학 경험으로 쌓은 어학 실력과 풍부한 국제 인맥을 바탕으로 민간 외교 분야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경제인들과 활발히 교류했고 태평양경제협의회·한미재계회의·한일경제협회·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중재계회의 등 재계의 국제 교류 단체를 이끌며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가교 역할도 적극 수행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2000년부터 조 명예회장이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최초로 그 필요성을 공식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협상 당시에는 양국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자 양국 재계 인사들과 미국 행정부·의회 유력 인사들을 만나는 등 민간 외교의 중심에 섰다.


현홍주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전 주미대사)는 “조 명예회장은 한미 재계가 이해관계 상충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막후에서 타협과 조율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한 분위기 메이커이자 의견 조율자였다”고 기억했다.


한일 FTA 추진과 함께 양국 기업 간 공동 비즈니스 확대를 모색하는 등 한일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대표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0년간 부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회장을 맡아 국내 재계의 ‘얼굴’ 역할도 했다. 기업 입장을 대변하며 정부를 상대로 쓴소리도 가리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을 이끈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조 명예회장을 ‘미스터 글로벌’이라고 칭하며 “일찍이 한미 FTA는 물론 유럽연합(EU)이나 인도 등과의 FTA를 추진해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가속화시켜나가자고 제안한 글로벌 리더십과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한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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