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실시간 표시 K부품, 일본 아날로그 유통가 뒤흔든다 [빛이 나는 비즈]

솔루엠 ESL, 일본·미국·유럽 각지로 수출
AI 접목해 재고 관리 도와줘…인건비 절감
멕시코 新공장서 전기차 부품 양산까지
매출 2조 육박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의 한 매장에서 솔루엠 ESL이 사과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솔루엠


아날로그 문화가 강한 일본 유통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중견기업 솔루엠(248070)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주요 사업이 기업간거래(B2B) 기반이라 국내에선 솔루엠 인지도가 주요 그룹만큼 높진 않지만 사실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꿔주는 전자가격표시기(ESL) 시장에서 전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통 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솔루엠의 ESL은 더욱 활용도가 커질 전망이다. 솔루엠은 ESL에 더해 전기차 충전기 부품, 헬스케어 기기 등 신(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은 오사카 지역 166개 매장에 솔루엠의 ESL을 설치하고 있다. ESL은 2020년부터 도쿄 지역 전 점포에 순차적으로 도입되며 활용성을 인정받았다. 양사는 일본 내 다른 지역에도 ESL을 확대할 계획이다.


종이 가격표를 ESL로 대체하면 신선식품이나 의류 등 실시간으로 가격을 편하게 바꿀 수 있어 식료품과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라이프코퍼레이션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라이프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기존 종이 가격표와 팝 광고물을 ESL로 바꾸면서 인쇄가 필요 없어졌고 이는 자연스레 노동력과 매장 운영비를 절감으로 이어졌다”면서 “솔루엠 ESL은 버튼을 눌러 매장 관리자를 호출하거나 LED 불빛으로 고객이 제품을 찾는 과정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의 한 매장에서 솔루엠 ESL이 사과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솔루엠

솔루엠은 ESL 기능 고도화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유럽 최대 리테일테크 전시회 ‘EuroCIS 2024’에서 공개한 소형 카메라 ‘뉴튼 아이’는 재고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이다. 사전에 진열 계획을 입력해두기만 하면 각 선반의 뉴튼 아이가 양 매대를 스캔해 계획과 일치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매장 관리자가 틈틈이 코너를 돌며 제품이 잘 놓여 있는지 체크해야 하는 수고가 사라진다. 또한 고객이 물건을 구매해 선반의 모습이 처음과 달라졌다면 AI 딥러닝을 통해 어떤 제품이 빠졌는지 재고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파악하여 직원에게 알림을 보낸다.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의 한 매장에서 솔루엠 ESL이 사과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솔루엠


솔루엠의 ‘뉴튼 플레이(Newton Play)’ 또한 새롭게 주목받는 ESL 기능이다. 구매하려는 제품의 ESL 버튼을 누르면 연동된 사이니지를 통해 연관 제품 광고가 송출되며 제품이 품절됐을 땐 온라인몰로 이동하는 QR코드가 사이니지에 나타난다. 앞으로 솔루엠은 이 솔루션에 AI를 입혀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매장 내 카메라로 고객의 성별과 연령, 스타일 등을 인식해 고른 것과 관련된 제품을 홍보하거나 지난 구매 이력에 따라 선호할만한 제품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피스 하나를 고른 후 옷에 부착된 ESL 태그의 버튼을 누르면 내가 고른 제품에 어울리는 가디건, 신발, 모자 등을 줄줄이 보여준다. 단순히 룩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 정보와 함께 제품 위치까지 안내해 연쇄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ESL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것이 솔루엠의 전략이다. 전기차 부품과 헬스케어 기기가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멕시코 신 공장이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초 준공한 멕시코 공장은 연면적 9만5700㎡(약 2만 9000평) 규모로 TV 부품과 ESL은 물론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모듈, 전기차용 파워 유닛,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들이 생산라인을 채웠다. 솔루엠은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발맞춰 중남미와 미주 지역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전략형 모델인 50kW급 단방향/양방향 전기차 충전기용 파워 모듈은 연내 인증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달 열린 솔루엠 멕시코 신공장 준공식. 사진제공=솔루엠


멕시코 신공장은 미국 샌디에이고와는 차로 30분 거리로 인근에는 완성차 회사와 부품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충전 인프라 기업들도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이들과의 협업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TV용 주요 보드나 스마트 조명 사업도 주요 고객사 생산 거점과 가까워 원활한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테크 분야 인플루언서 ‘Trakin Tech’는 멘탈 케어 기기 Mindy(마인디)를 직접 머리에 쓰고 기능을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제공=솔루엠



솔루엠은 MWC 2024에선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브랜드 경쟁력을 알렸다. 자회사 솔루엠 헬스케어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MINDY와 EARX가 인플루언서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전언이다. 1400만의 구독자를 가진 테크 분야 인플루언서 ‘Trakin Tech’는 멘탈 케어 기기 Mindy(마인디)를 직접 머리에 쓰고 기능을 체험해보며 현장에서 즉석으로 제품 리뷰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마인디는 어밴드 형태로 뇌파(EEG) 센서와 하나의 광학심박(PPG) 센서로 바이오 데이터를 측정해 사용자 맞춤형 스트레스 완화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용 무선 이어버드 ‘EARX’는 사용자가 즐겁고 건강한 운동 습관 형성을 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센서와 구체적인 리포트 제공하는 기기로 보이스 코칭을 통해 개인의 운동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체온 센서, 가속도계 센서와 근접 센서 등이 탑재돼 격렬한 운동 중에도 다양한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성호 솔루엠 대표. 사진제공=솔루엠



솔루엠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9511억 원, 영업이익 154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 104% 증가한 수치다.


이같이 놀라운 실적을 거둔 데엔 ESL 부문의 영향이 컸다. 미래 신성장 동력에서 주력 사업으로 탈바꿈한 ESL은 전통적인 강호인 유럽 외에도 미주 소재의 대형 리테일러를 신규 수주로 확보했다. 또한 중소형 매장과 병원, 물류 등으로도 적용처를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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