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익숙한 맛인데. 육개장 사발면 90%까지 근접했어요. 어떻게 이 가격에 만들었지?”
한 유튜버가 젓가락으로 컵라면을 한 바퀴 돌려 입에 집어넣는다. 영상 속 그의 앞에는 ‘사발면’ 크기의 컵라면이 두 개 놓여져 있다. 편의점 CU의 ‘880 육개장 라면’과 GS25 ‘면왕’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며 1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편의점 컵라면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라면의 대중적인 맛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을 낮추거나 양을 늘린 이 상품들은 특히 대학·학원가의 ‘알뜰 수요’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가 지난 2월 내놓은 ‘880 육개장 라면’은 출시 5주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매주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주 평균 매출 신장률이 26%에 달한다.
CU가 기획하고 팔도가 생산하는 이 상품은 출시 당시부터 편의점 최저(880원) 수준의 가격으로 입소문을 탔다. 용량이 비슷한 제조사브랜드(NB) 컵라면과 비교하면 20% 가량 저렴하다.
GS25의 자체브랜드(PB) 컵라면 ‘면왕’도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후 5개월 동안 판매량이 75만 개를 돌파했다. 가격이 990원에 불과한 데다 기존 컵라면 대비 중량을 22% 늘린 일명 ‘역(逆)슈링크’ 상품으로 꼽히면서다. 지난해 식품업계에서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관찰된 모습과는 다른 행보로 호응을 얻었다.
두 제품은 최근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면발과 맛은 기존의 스테디셀러인 농심 ‘육개장’과도 유사하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포장재 등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편의점에서 라면 수요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CU에서 지난해 라면 상품군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3.7%로 집계됐다. 2021년 8.6%와 2022년 25.6%를 기록한 데 이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라면 상품군 중 용기면의 매출 비중은 76.7%에 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0원 이하의 저가형 컵라면은 특히 대학가와 학원가에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층에게 주목받으며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부담 없는 값으로 한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점심식사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는 런치플레이션 국면은 현재까지도 장기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3.1%보다도 0.7%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