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피나는 지리산 훈련”… ‘투표장 몰카’ 유튜버 동물학대 정황도

한겨울에 반려견에게 투표용지 찾게 해
청소기 틀어놓고 반려견 구석에 몰기도
구독자인 공범도 경남 양산시서 체포돼
오후 2시 인천지법에 얼굴 가리고 출석

전국 4·10 총선 투표소에 몰래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유튜버가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월 10일 진행될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인천과 양산 등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체포된 40대 유튜버가 투표장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4년간 준비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건조물침입·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8일 경찰에 체포된 유튜버 A 씨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따르면 그는 “사전투표 촬영을 위해 지난 총선 이후 4년간 지리산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다”며 “수많은 연구와 훈련 끝에 촬영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선거증거 추적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반려견에게 투표용지의 냄새를 맡게하는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훈련은 눈 속에서 투표용지를 숨겨두고 이를 찾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어떤 상황을 마주할 지 모르기 때문에 담력을 키워야 한다”며 반려견이 무서워한다는 진공청소기를 틀고 반려견을 구석에 몰아넣는 등 동물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 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경남 양산의 한 사전투표장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그는 강서구의 한 사전투표소 내부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는 강서구 선관위를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A 씨는 경찰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율을 조작하는 것을 감시하려고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천과 경남 양산 등 전국 40여 곳의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인천 논현경찰서는 투표소에 몰래카메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같은 날 오후 9시 10분께 건조물 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체포했다. A 씨는 카메라 상당수에 충전 어댑터 형태로 특정 통신사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 통신 장비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는 이들 카메라를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도록 정수기 옆 등지에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31일 경남 양산경찰서는 A 씨와 동행하며 양산 지역 범행을 도운 혐의(건조물 침입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70대 B 씨를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경찰은 양산 지역 범행 장소를 이동할 때 동승자 한 명과 차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공범으로 특정해 뒤를 추적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양산시 자택에서 B 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으며 신병을 확보했다.


B 씨는 A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소 부정투표 감시단을 자처하며 활동해온 A 씨 방송에 공감해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가 불법 카메라 설치 부분에 대해 A씨와 같은 목적을 갖고 공모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A 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인천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A 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입장했다. 그는 “사전투표 인원을 점검해 인원을 세보고 싶었다”고 범행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