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양산하는 ‘무비자 입국’ 문턱 높인다

■법무부 연구용역 발주
불법체류 42만명 중 42% 차지
반사회적 범죄 증가율 등 살펴
대상국 지정 제도 재검토하고
정지기준 통보해 외교마찰 방지

4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 손질에 나선다. 총 불법 체류자 중 약 45%를 차지하는 무사증 입국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향후 제도 개선으로 전체 불법 체류자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무사증국가 불법체류자 발생 억제 방안에 관한 연구' 입찰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용역 기간은 오는 9월까지다. 무사증 입국 제도란 사증 면제 협정 등을 맺어 사증 없이 한국 입국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로 사증면제(B-1)와 관광·통과(B-2) 등을 통해 현재 112개 국가 국민이 사증 없이 국내 입국이 가능하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2022년 9월 처음으로 40만 명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단됐던 무사증 입국이 같은 해 4월 재개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입국문호가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최근 5년 간 불법 체류자 10명 중 4명 꼴로 무사증 입국제도를 통해 입국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무사증 협정 국가 출신의 불법 체류자는 18만7239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국가 별로는 태국 14만 2000명, 중국 1만 4000 명, 카자흐스탄 1만 명, 말레이시아 1900명, 방글라데시 1400명 순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증면제 및 관광·통과 자격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 원인 등 실태 분석하고, 해당 제도의 대상국을 지정하는 기준을 재검토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국가의 불법체류자 증가율, 관련 국적자의 마약 등 반사회적 범죄 증가 정도 등을 조사한다. 경찰청 외국인 범죄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하던 4대 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 피의자 수는 2019년 1만2704명에서 2021년 9053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9882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특히 사증면제제도 일시정지 법령을 현실화하기 위한 시스템 연구가 이번 연구 용역의 중점이 될 전망이다. 현행 법령도 사증면제협정 일시정지가 가능하다고 규정돼있지만 실질적인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출입국관리법 제7조 3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공공질서의 유지나 국가 이익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사증면제협정의 적용을 일시 정지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방글라데시는 사증면제협정을 통해 입국한 자국인의 불법체류율이 높아 효력이 일시 정지돼 현재는 비대상국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법무부는 대상 국가에 무사증 제도 일시 정지 기준을 사전에 공지하고, 기준 초과 시 일시정지 조치하는 등 대응체계를 예측 가능하게 함으로써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외국인이 국가 안보에 높은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증면제프로그램에서 즉시 제외, 일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단계별 처리절차를 두어 사증면제프로그램 관리한다.


정부는 그간 합동단속 시행 및 상시 단속체계를 유지하고 2021년 5월부터 무사증국가 대상의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왔다. 전자여행허가제는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했던 국가의 국민이 현지 출발 전 여행 허가를 받는 제도로 입국 목적이 소명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선 입국을 불허할 수 있다. 최근 이 제도로 인한 태국인 입국 불허 증가로 태국 관광객들의 불만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무사증 제도가 불법체류에 악용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른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향후 업무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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