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지만 팔릴 작품은 팔린다. 30일 막을 내린 아트바젤 홍콩 2024를 찾은 ‘큰 손’ 컬렉터들이 100억 원 대의 작품에 지갑을 열었듯 이제 막 수집을 시작한 MZ 컬렉터들은 장래가 기대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옥션 ‘컨템포러리 아트세일’ 경매 현장에서는 이런 최근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2022년 11월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처음으로 총 판매가가 100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옥션이 아트바젤 홍콩 등을 앞두고 김환기, 김창열 등 거장들의 작품을 대거 출품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날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 미술계를 책임질 30~50대 작가들의 낙찰가였다.
이날 경매에서 정영주의 ‘사라지는 풍경’은 8000만~1억2000만 원의 가격대로 출품돼 경합 끝에 1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홍콩에서 아티스트 토크를 가지며 해외 무대에 소개된 ‘도도새 작가’ 김선우의 작품 ‘릴리, 플라워, 댄스, 도도’는 은 2000만~4000만 원 대의 가격으로 출품돼 59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작품은 전화 응찰을 통해 해외 고객이 산 것으로 전해진다. 두 작가 모두 주요 작품이 서울옥션 홍콩 프리뷰를 통해 해외 컬렉터에게 소개된 영향이 컸다. 특히 정영주의 경매에서는 해외 전화 응찰과 국내 전화 응찰이 경합을 벌이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근대 거장들의 수십 억 원의 작품은 경기침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경매에는 최근 시장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었던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50억~80억 원 가격대에 출품됐으나 50억 원에 낙찰됐다. 김찰영의 100호 크기 ‘물방울’은 9억5000만~14억 가격대로 출품돼 시작가인 9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