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태 전략 '핵심' 떠오른 日…남중국해 순찰하고 오커스와 군사협력

연말부터 미·필리핀과 공동순찰
이달 3국 정상회의서 계획 발표
美 지원속 '역내 분쟁' 적극 개입
美·日은 오커스와 기술동맹 논의
양자컴퓨터·AI 등 협력도 확대



미국·일본·필리핀 3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 행위에 맞서기 위해 올해 말부터 해군 공동 순찰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일본이 ‘기술 동맹’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는 작전권이 없는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통제 기능 역시 대폭 강화된다.


30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4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미국·일본·필리핀 3자 정상회의를 통해 남중국해 공동 순찰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중국해 공동 순찰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처음으로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3국의 남중국해 공동 순찰은 기시다 정권 출범 후 방위비를 두 배 이상 증액하며 군사력을 확장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역내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일본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교도통신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에 대한 일본의 군사 지원 문제도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에서는 오커스와 일본의 기술 동맹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폴리티코는 일본과 캐나다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오커스의 ‘필러2’에 참여할 예정이며 오커스와 광범위한 군사기술 협력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이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인공지능(AI), 극초음속, 양자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와 역량에서 협력하는 ‘필러2’ 등 2개 필러로 구성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커스와 일본이 핵추진잠수함을 제외한 분야에서 방위 협력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합의가 기시다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군사작전에 일본이 참여하고 오커스와 일본이 방위 기술 협력을 확대하면 미국·영국·호주·일본·필리핀 5개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에워싸는 국면이 펼쳐진다. 영국 또한 2025년 이 지역에 항공모함 타격단을 배치하는 등 군사적 개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동맹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치한다. 미일 양국은 또 미일 작전 계획 수립과 훈련 강화를 위해 주일미군사령부의 지위를 격상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미국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영국·호주·필리핀과 안보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려 한다”면서 “5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늘리고 방어 기술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일 양국은 아울러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강압적 행태를 보이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국제법과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재차 표명한다”고 명기하는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또 미일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강한 결속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는 AI와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 아마존, 워싱턴대, 쓰쿠바대 등이 협력해 AI 연구개발(R&D)을 위한 조직을 설립하며 이를 위해 미일 양국이 1억 달러를 분담한다.


일본 내 미 해군 함선의 대규모 보수 작업을 일본 기업이 담당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대상은 일본 주변을 전개하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의 함선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 워싱턴DC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해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예정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올 7월 미국에서 개최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기시다 총리를 초대하는 쪽으로 일본 측과 조율에 나섰다고 이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22년부터 연속으로 두 번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됐으며 올해 참석할 경우 3년 연속 참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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