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사고'치곤 폭발 강력…의심 품은 檢, 고의방화 입증 [수사의 촉]

<1> 안산 가스폭발 위장 사고
건물 9채·46세대 피해…5명 상해
가스 냄새 못 맡았다는 점도 수상
불구속 송치 6개월 만에 재수사
가스공사와 실험…문자 포렌식도
도박 빚 비관 가스누출 범행 규명

지난해 5월 새벽 안산 원곡동의 한 빌라촌. 모두가 잠든 고요한 저녁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가스 폭발사고였다. 폭발이 일어난 집에서는 중국인 A씨가 화상을 입었다. 같은 빌라 19세대에도 유리창이나 문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강력한 폭발로 주변 건물 8채의 일부 유리창 등이 깨졌다. 검찰에 따르면 건물 9채에 46세대에 피해가 갔다. 상해를 입은 주민만 5명이었다.


A씨는 “자고 일어나 집 안에서 담뱃불을 붙이자 화재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사건은 A씨가 경찰에서 검찰로 불구속 송치되며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동원·박원석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제3부 검사가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사건을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들이 예의주시한건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한 것 치고는 폭발력이 너무 컸다는 점이었다.


박 검사는 “폭발 규모로 보면 엄청난 가스가 누출된 건데 (담배를 피려했던) A씨가 가스 냄새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상 징후에 검사들의 ‘촉’이 발동하면서 수사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법원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자, “오래된 사건인데, 이제 와서 영장을 청구하느냐”고 우려했다.


증거가 더 필요했다. 검찰은 폭발 당시 현장감식을 재분석했고, 아주 작은 곳에서 단서가 나왔다. 가스가 누출된 가스밸브를 보니 사건 당시 3분의 2 정도만 개방이 돼 있었다.


박 검사는 “밸브를 완전히 개발하고 호스를 분리하면 차단장치가 작동돼 가스가 새지 않는다”며 “A씨가 3분의 2 정도 열었다면 가스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실험도 했다. 이 같은 폭발력을 똑같이 연출하려면 6~7시간 정도 가스를 누출해야 하는 것도 확인했다. 중간 밸브와 호스를 분리할 때도 매우 어려운 점도 확인했다.


박 검사는 “같은 원물을 받아서 시연을 했더니 상당한 힘이 들어갔다”며 “폭발 현장의 집과 유사한 구조로 실험실을 만들어 중간 밸브를 30·60·90도로 각각 돌려 가스 누출양을 확인하고 각도별로 밸브를 열었던 시간대도 추정하는 데 성공했다"” 말했다.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A씨가 도박빚 독촉을 받았던 것도 확인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에도 채권자로부터 빚독촉 전화를 여러 건 받았다. 검찰은 도박빚 독촉을 받던 중 술을 마시고 신변을 비관해 가스 호스를 분리시키고 가스에 불을 붙여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전모를 규명했다.


박 검사는 “특히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A씨는 현관문을 열어놨는데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은 가구가 더 늘어났다”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적개심을 드러낸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중국 국적의 피의자가 가족들과 주고받은 1만 7820행의 중국어 메시지를 번역·분석해 A씨가 충동적인 성향 등 재범 위험성을 확인했고, 결국 직접 구속기소했다.


박 검사는 “A씨를 수사하면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하려는 성향을 발견했고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면밀히 수사해 구속수사를 통해 재범 위험을 줄이려고 했다”며 “송치 직후 피해자 전수조사도 해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치료비 지원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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